|
[스포츠서울|김효원기자] “우리나라 항공의 역사를 아시나요?”
한반도 창공을 최초로 비행한 한국의 비행사는? 임시정부가 독립운동을 위해 한인비행학교를 열었던 장소는?
역사속에 묻혀있던 우리 항공의 역사를 발굴하고 항공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곳이 있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지난 2020년 7월 개관한 국립항공박물관(관장 직무대행 정의헌)이다. 국립항공박물관은 국토부 산하 법인으로 현재 개관 1년 6개월을 넘겼다.
국립항공박물관에는 실물 비행기가 다양하게 전시돼있고, 다양한 비행 체험을 해볼 수 있어 어린이·청소년 관람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지난 한해 15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국립항공박물관은 비행기 실물을 보고 체험하는 것 못지 않게 대한민국 항공의 역사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올해는 조종사 안창남(1901~1930) 선생이 한반도 항공을 최초로 비행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뛰어난 비행실력을 가졌던 안창남은 1922년 12월 10일 ‘금강호’로 명명한 영국제 뉴포트 단발쌍엽 비행기를 타고 여의도에서 이륙해 남산~창덕궁을 거쳐 여의도로 돌아오는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그는 중국으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활동하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비행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 항공의 역사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국립항공박물관 윤태석 학예연구본부장(56)을 만났다.
|
윤 본부장은 국립항공박물관 1층 항공역사관 한 켠에 전시된 빛바랜 신문 앞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한인비행학교를 미국에서 운영했다는 기록이 담긴 미국 신문 자료가 남아있다. 미 한인회가 보관하고 있다가 국립항공박물관에 기증한 소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식민지 치하에서 임시정부가 미국에 한인비행학교를 운영하며 한국인 비행기 조종사를 양성했다는 기록을 다룬 ‘윌로우스 데일리 저널’의 기사다. 당시 임시정부는 1920년 ‘윌로우스 비행학교’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운영하며 한인 비행사를 양성했다. 이 비행사들은 독립운동의 주축으로 활동했다.
윤 본부장은 “국립항공박물관 개관일을 임시정부 한인비행학교 개교일인 7월 5일에 맞췄을만큼 한인비행학교는 우리 항공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에 관한 스토리는 알고 있지만 정작 우리 비행의 역사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발굴되지 않은 역사가 많다. 국립항공박물관은 묻혀있던 역사적 사료를 다양하게 발굴·연구하고 전시해 국민들에게 우리 항공의 역사를 알리는데 기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1층 전시관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는 우리나라 최초로 한반도 하늘을 비행한 안창남 선생이 당시 탔던 비행기 ‘금강호’다. 기록을 통해 복원, 설치된 금강호는 현대 디자이너가 채색을 했다고 해도 믿어질 만큼 세련된 컬러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인비행학교에서 훈련기로 사용했던 ‘스탠더드 J-1’도 복원돼 있다.
윤 본부장은 “올해는 안창남 선생이 우리나라 하늘을 우리 민족 최초로 비행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맞춰 우리 항공 역사를 되짚어보고 역사적인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전시 및 체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창남 선생의 비행 100주년을 기념한 특별기획전 ‘떳다! 보아라! 안창남’전을 비롯해 안창남 선생이 비행했던 금강호를 메타버스 상에서 다시 띄우는 이벤트와 ‘사부작 항공나라’와 같은 어린이 대상 교육프로그램, 안창남 관련 유물의 대대적인 수집, 국제학술대회 등도 마련하고 있다.
박물관의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 기획은 학예실 소속 큐레이터들이 담당하는데 국립항공박물관 학예실에는 일반적인 박물관 관련 전공자와 항공 전문가가 함께 근무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흔히 학예실 큐레이터는 역사, 인류학, 문화 일반 등을 전공하고 큐레이터 자격증을 소지해야 일할 수 있다. 항공 전문가는 해당 자격증이 없기에 학예실 연구 분야 근무가 사실상 어렵다. 이런 시스템을 깨고 항공 전문가를 학예사로 과감하게 채용한 것은 국립항공박물관의 파격적인 시도였다.
|
윤 본부장은 “항공박물관인 만큼 학예실에 기존 개념의 학예 연구직과 항공 전문가가 조화를 이룸으로써 창의적인 융합이 가능할 수 있으며, 항공 전반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해 전문적이고 입체적인 학술 연구 활동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전시와 교육을 구상하기 때문에 최상의 결과물이 나올 뿐만 아니라 이용자인 국민들께 고품격 박물관 향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시너지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퇴한 항공사 기장이나 승무원 등을 채용해 체험과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수십년 노하우를 가진 항공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각종 체험과 해설 프로그램에서 전문적인 실력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한다.
국립항공박물관이 대한민국 항공의 역사를 발굴하고 수집·연구하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하면서, 최첨단 항공 체험을 통해 발전해 간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를 당부한 윤 본부장은 “박물관 주변에 드론택시 등 최첨단 교통 승차장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박물관에서 대한민국 항공의 현주소와 미래를 직접 확인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국립항공박물관은 부지 면적 2만1000㎡,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1만8593㎡ 규모로 구성됐다. 건축은 비행기 엔진을 세운 모양으로 ‘제38회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했다. 6개 전시실과 비행기 조종 체험 등 다양한 체험존이 구성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체험에는 소정의 체험비가 책정돼있다.
eggrol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