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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사람과 환경에 이로운 일을 하겠다”던 온라인 식자재 판매업체 마켓컬리가 노동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노동부는 마켓컬리가 특정 일용직 노동자에게 일감을 주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고용노동부는 “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이 제기된 의혹을 조사한 결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사실이 확인돼 마켓컬리와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이 회사 직원을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블랙리스트는 회사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 명단을 작성하고 이 명단에 오른 노동자들에게 일감을 주지 않는 목록을 말한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 제40조(취업 방해의 금지)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은 마켓컬리가 500여명의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채용대행업체’에 전달하고 업체는 목록에 적힌 노동자에게 일감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5개 이상 대행업체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일용직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자는 물류센터 관계자로 추측되는데 정확히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조사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을 국내에 처음 도입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마켓컬리 일 주문 건수는 평균 13만건에 이른다. 지난해 연말에는 거리두기 강화로 홈파티 수요가 몰려 일일 주문건수가 최고 16만건까지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자 컬리는 2020년 거래액 1조원을 달성했다. 창업 6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거래액 2조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김슬아 대표가 직접 거래액 3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마켓컬리 내 물류센터의 노동법 위반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급격한 외형 성장이 이뤄지는 동안 노동자 권리는 오히려 하락했다. 일용직 근로자들이 지난해에는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 청원을 접수했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마켓컬리가 채용 대행사를 통해 필요한 인원보다 많은 인력을 모집한 뒤 당일 현장에서 일부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돌려보냈고 휴일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마켓컬리는 대행사를 통한 채용으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며 본사가 물류센터 일용직 근무자를 직접 채용하는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직접 고용 제도로 변경한 후 출근한 일용직 지원자는 모두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으나 이번엔 블랙리스트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은 업계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보통은 인력 체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보직으로 전환하거나 일용직의 경우 계약을 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에 특정 명단을 작성해 공유하는 것은 불필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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