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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전북 현대가 어수선하다. 가뜩이나 팀 성적도 안 좋은데 사무국도 내부에 커다란 변화와 마주하며 뒤숭숭하다.
전북의 실무 리더였던 백승권 단장이 4일 사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축구계에서는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북 구단은 ‘일신상의 이유’라고 발표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각에선 시즌 초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라고 한다. 사정을 자세히 알고 보면 정확한 얘기는 아니다. 성적이 안 좋으면 감독, 혹은 총책임자인 대표이사가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 단장이 사표를 쓰는 건 다소 부자연스럽다.
일정 부분 책임을 진 건 맞다고 볼 수 있다. 전북은 지난 겨울 반드시 영입해야 하는 선수로 꼽힌 강상우, 임채민을 데려오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책임자인 백 단장이 일을 매끄럽게 진행하지 못하면서 영입 작업이 꼬였다. 결국 두 선수 모두 지지부진한 협상을 뒤로 하고 중국으로 향했다. 전북은 꼭 데려와야 할 선수는 데려오는 팀으로 유명한데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결국 성적이 바닥을 쳤고 백 단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다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백 단장이 전북 내부의 파워 게임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9년 11월부터 전북은 허병길 대표이사-백승권 단장 체제로 변화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북 대표이사는 상근직이 아니었는데 허 대표이사가 온 뒤 사무실에 대표이사와 단장, 두 명의 리더가 동거하게 됐다. 2년간은 원만하게 항해가 이어졌다. 전북은 지난해 K리그1 5연패를 달성하며 ‘1강’ 타이틀을 지켜냈다.
기류는 최근 급변했다. 허 대표이사는 사무국 쇄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재직한 지 오래된 고년차 직원 대신 대리, 과장급의 젊은 팀장으로 올리는 과감한 인사를 통해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백 단장도 개혁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다. 사임 결정도 이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내부 분위기는 당연히 어수선하다. 다소 이례적 인사가 단행된 가운데 실질적으로 팀을 이끌던 단장이 사라졌다. 백 단장은 축구단의 리더였다. 축구단 홍보과장, 사무국장을 거쳐 단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축구 경영에 대해서는 확실한 전문가다. 일 처리 스타일에 장단점이 있고 해온 일에 공과가 있지만 축구단 운영 ‘ABC’에 능통한 건 분명하다. 전북이 최강희 감독, 이철근 전 단장이 떠난 후에도 원만하게 최강자 자리를 지킨 데 공이 큰 게 사실이다. 직원도 믿고 따른 만큼 빈자리는 크게 느껴질 전망이다. 코치진과 선수도 어쩔 수 없이 동요하는 분위기다. 김상식 전북 감독도 “마음이 무겁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전북은 백 단장의 공백은 허 대표이사가 겸임을 통해 채운다고 밝혔다. 허 대표이사 개인의 강력한 리더십이 구축된 것이다. 2년 6개월 정도 축구단 업무를 파악했지만 허 대표이사가 단장직을 원만하게 수행할지 의문이다. 전북은 K리그 최고의 대형 구단이다.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지역과 중앙을 오가는 기업, 기자가 많은 팀이다. 단장은 실무를 모두 책임지고 디테일한 사항까지 돌봐야 하는데 경험이 부족한 허 대표 이사에게도 과중한 업무가 몰릴 수 있다. 안팎으로 전북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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