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을 통합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 통합에 대한 10개구단의 동의를 얻어낸 뒤 빠른 행보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KBO는 지난 15일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 업체를 대상으로 공고를 내고, 26일까지 참여기업을 모집한다. 제안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오는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현장 실사할 예정인데, 참여기업 중 높은 점수를 받은 두 개 기업을 대상으로 심층평가를 한 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도입한다.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운영한 뒤 장단점을 분석해 연장계약할지 업체를 변경할지를 논의한다.
스포츠서울은 지난해 여름부터 KBO의 데이터 시스템 통합 움직임을 관찰했다. KBO가 주도해 데이터 시스템을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와 시스템별 장단점을 궁금증 풀이 형태로 풀어봤다.
|
◇왜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 통합인가?
KBO의 궁극적 목표는 통합 마케팅이다. 각 구단에 안정적인 수익 분배 구조를 만들어야 리그 사무국의 영향력이 커진다. 10구단은 대기업 계열사(히어로즈 제외)로 구성돼 있어 통합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이해관계가 달라서다. 일종의 ‘기브 앤드 테이크’가 필요한데, 그 신호탄이 데이터 시스템 통합이다.
데이터 활용 수요는 커졌고,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각 구단의 주머니 사정은 열악해졌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장비 수급이 어려울뿐더러 가격까지 치솟자 출구전략이 필요했다. 구단별 계약을 리그가 총괄하면 박리다매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면, 구단별 연간 1~2억원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KBO로서는 리그 인기하락을 막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 경기영상을 담은 이른바 ‘짤’을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할 수 없도록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맺어뒀으니 계약이 끝나는 2024년까지는 난항의 연속이다. 경기영상을 활용할 수 없다면, 새로운 형태의 ‘놀잇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의 게임데이뿐만 아니라 베이스볼서번트 같은 선수들의 기본 데이터를 별도의 홈페이지와 중계영상 등에 활용해 야구팬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구상을 했다. 이 두 가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표류 중이던 데이터 시스템 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몇 개 업체가 참여하나?알려진 바로는 네 개 업체가 유력후보로 꼽힌다. 스포츠투아이가 수년 전부터 각 구장에 설치한 투구, 타구 추적시스템(PTS/HTS)을 필두로 에이클라 자회사로 편입된 스포스틱스가 임대형태로 제공하는 트랙맨, 아마추어 쪽 강자로 부상 중인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이 직영하는 플라이트스코프, MLB 공식 데이터 시스템인 호크아이 등이 KBO리그를 노크한다.
|
◇각각의 장단점은?
스포츠투아이는 오랫동안 KBO 공식 파트너로 입지를 구축했다. 가장 오래됐고, 가장 익숙하다. 다만 데이터 추출 속도가 느리고,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트랙맨은 9개구단이 맹신할 만큼 인기가 높은 시스템이지만, MLB에서 퇴출된 데다 보정값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잇따라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플라이트스코프는 레이더 추적에 카메라 보정을 통한 신기술을 선보였지만, 대중성과 호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3개 구단 정도만 활용한다. 호크아이는 ‘MLB 공식 데이터 시스템’이라는 프리미엄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시스템 유지와 서버 사용료가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전망은?
KBO는 28일 현장실사 후 29일 평가 결과를 각 업체에 통보할 계획이다. 각 구단이 트래킹 데이터 시스템 중 트랙맨을 선호하는 이유는 외국인 선수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크다. 이미 9개 구단이 익숙하게 트랙맨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만약 호크아이가 트랙맨 이상의 데이터(외국인 선수 포함) 제공을 담보한다는 확신이 생기면, 이견없이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단 한 번의 현장 실사로 성능을 검증한다는 게 말이 안되는 얘기이지만, 데이터 공유와 구단별 맞춤형 솔루션 제공 등 평가항목을 충족할 수 있으면 과감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어차피 KBO리그는 트래킹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한지 얼마 안됐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