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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잠실구장에서 벌어들이는 입장수익을 100% 홈팀에 지급하자는 ‘한 지붕 두 가족’의 주장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간 모양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기타안건으로 잠깐 논의가 됐지만 허구연 총재의 “시간을 두고 다각도로 연구해보자”는 설득에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두산은 23일 현재 홈 21경기와 23경기를 치렀다. 경기당 평균 1만 2718명과 9417명이 각각 잠실구장을 찾았이다. 객단가를 1만원(2019년 현재 리그 평균 객단가는 1만 1781원)으로 잡아도 LG는 1억 2700만원 여, 두산은 9400만원 여를 각각 벌었다. 객단가 1만원일 때 현 평균관중만 유지해도 한 시즌 91억 5600만원을 벌어(LG 기준)들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관중수익을 홈구단이 모두 가져가면 연평균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구단 적자폭이 크게 증가했고, 기업이 사회적 활동 개념으로 야구단을 운영하는 점, 스포츠 관람이 국민 여가선용 범주 이내에 포함되는 점 등으로 티켓값을 대폭 올릴 수도 없다. 특히 잠실은 구장사용료 등으로 서울시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다른 구단에 비해 적자폭이 클 수밖에 없다. 한 지붕 두 가족이 입장수익 100% 홈팀 귀속을 주장하는 배경은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해 역차별당하는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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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8개 구단은 반대다. 특히 롯데 KIA 삼성 등 팬층이 두터운 팀은 잠실 원정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부산과 대구, 광주 인구를 모두 합쳐도 서울 인구에 미치지 못하는 시장 상황도 반대 이유다. 올해 사직구장 평균 관중은 9684명 정도다. 잠실 전체 관중석(2만 50000석 기준)의 절반(약 1만 2500명)을 원정 팬으로 채운 것보다 적다. 관중수익의 절반이 롯데 KIA 등 인기구단 팬이 세웠는데, 전체수익의 25%만 가져가는 게 마뜩치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지방 구단, 특히 인기팀은 ‘중계권료 차등 배분’을 주장한다. 경기별 시청률로 중계권료를 나눠갖자는 얘기다. 한 커뮤니티에 공개된 시청률 톱20에서 KIA는 18경기나 포함됐다. KIA가 아닌 팀 간 경기 중 시청률 톱20에 포함된 경기는 5월8일 삼성-롯데전, 4월13일 SSG-LG전뿐이었다. 4월13일은 KIA-롯데전이 우천으로 취소됐고, SSG의 개막 10연승이 걸려있는 등의 호재가 있었다. 경기별 시청률로 중계권료를 배분하면, KIA 한화 롯데 삼성 등이 전체 액수의 절반 이상 가져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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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응원석을 해당 구단이 판매하도록 열어달라는 요구도 있다. 삼성이 잠실 원정을 오면, 삼성팬이 티켓을 구매해 해당 수익을 원정팀에게 주자는 의미다. 대신 잠실구장 사용료 절반을 8개 구단이 함께 지불하면 홈팀의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세 가지 주장 모두 현실 가능성은 떨어진다. 프로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한다. 이른바 스몰마켓 구단도 자생력을 가지려면, 빅마켓이 벌어들인 수익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력평준화를 위해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각 구단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하려면, KBO가 통합 마케팅으로 전환해야 한다. 티켓, 뉴미디어를 포함한 중계 제작 등을 KBO가 통합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뜻한다. 허 총재가 “시간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해보자”고 시간을 번 것도 결과적으로는 통합 마케팅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각 구단의 ‘KBO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 2022년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