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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구자욱(29·삼성)이 넘어졌다. 타구가 뜨자 스타트했는데 미끄러졌다. 경기 전부터 예견된 일이어서 눈길이 갔다.
지난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그라운드 전체가 물기를 잔뜩 머금었다. 방수포를 덮어둔 내야는 그나마 나은 편. 외야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울 정도였다. SSG 타자들이 경기전 타격훈련을 하는데, 팝플라이 타구가 외야에 떨어지면 그대로 지면에 박혔다. 무성까지는 아니어도 비와 폭염 등으로 잔디가 빠르게 자란데다, 배수가 원활하지 않으니 외야 그라운드는 늪지대 같았다. 구자욱이 방향전환 과정에 미끄러진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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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야시엘 푸이그와 SSG 후안 라가레스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경기를 치른 뒤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했다. 외국인 선수들뿐만 아니라 움직임이 많은 외야수는 한 경기만으로 피로도가 높다고 입은 모은다. 키움 선수들은 홈구장으로 쓰기 때문에 적응이 됐지만, 천연잔디 구장에서 뛰던 선수들은 이질감을 느낀다. 야수들의 평가는 “딱딱하다”이다. 인조잔디 구장이니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빅리그 출신들은 고개를 흔든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인 추신수(40·SSG)는 “빅리그에서 마지막 시즌을 치른 글로브 라이프 필드도 인조잔디 구장”이라고 말했다. 최신식 개폐식 돔구장이지만, 그라운드는 지하 5층에 해당하는 곳에 있다. 돔구장 지붕을 열어둬도 충분한 양의 햇빛이 그라운드에 쏟아지지 않기 때문에 잔디 생육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신식구장이지만 인조잔디를 깐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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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는 “예전 인조잔디 구장은 폐타이어를 간 고무를 잔디에 뿌렸는데 요즘은 코코넛 껍질을 간 것으로 교체했다. 친환경 소재여서 인체에 부담이 적다”며 “애리조나 홈구장인 체이스필드와 같은 인조잔디인데, 천연잔디 구장에서 뛰는 느낌일 정도로 완벽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잔디도 중요한데,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뛰려면 흙관리를 잘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눈에 보이는 잔디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아래에 있는 흙도 철저히 관리한다”고 말했다.
1위팀이 쓰는 문학구장이나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고척돔 구장 관리인들이 곱씹어볼 말이다. 최근 5년 새 각 구단은 메이저리그식 구장을 표방하고 있다. 그라운드 관리나 빅리그에서 사용하는 흙을 수입하는 등 환경개선에 투자한다. 빅리그에서 하는 건 무조건 도입하는 게 유행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그라운드 관리 인력이나 빅리그식 종합관리 쪽으로 눈을 돌리면 열악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곳만 정비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고온다습한 기후를 고려하면 시즌 후 잔디를 걷어내고 그라운드 흙을 교체하는 방식의 관리가 필요하다. 장마가 끝난 뒤 치르는 폭염레이스에서 상태가 엉망인 그라운드 상태 때문에 부상하는 선수가 종종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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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에 깔린 잔디는 선수 보호와 심미적 역할을 한다. 실제로 최상의 경기력을 내려면 잔디 자체가 아니라 내외야 그라운드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0년이 넘은 펜웨이파크(보스턴) 리글리필드(시카고) 등이 그라운드 컨디션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빅리그에서 쓰는 그라운드 관리 도구나 흙을 공수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순회하며 프로 2군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훈련장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훈련 인프라 확장도 리그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만, 1군 선수들이 최적의 조건 속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KBO리그의 경기력 향상은 팬 확보에 직접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외야 그라운드가 썩어 제 기능을 못하고 인조잔디를 깐 지면이 너무 단단해 부상한다면 손해는 결국 야구팬에게 돌아간다. 구단주와 지자체장의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