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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원이 8일 은퇴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포즈를 취했다. 잠실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두산의 ‘영원한 캡틴’ 오재원(37)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8일이 마지막 경기다. 많은 기억과 추억을 안고 떠난다. 비교적 담담한 모습. 같은 날 은퇴경기를 치르는 롯데 이대호(40) 이야기도 했다. 국가대표로 뛰면서 배운 것이 있단다.

지난달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오재원은 8일 키움전이 마지막이다. 이날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를 통해 선수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경기 전 은퇴식이 있고, 경기에도 출전할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상황을 보고, 후반 대수비나 대타로 쓸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29일 이후 162일 만에 그라운드를 밟게 된다.

경기 전 만난 오재원은 “은퇴를 결정했는데 은퇴식 날이 왔다. 현실이 됐다. 감회가 새롭기는 하다. 마인드 콘트롤이 잘됐는데 오늘은 잘 안 되는 것 같다. 갈 때는 내 발로 가고 싶었다. 두산의 자원이고, 직원이다. 그래도 갈 때는 누구에게 휘둘리지 않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부산에서는 이대호의 은퇴식과 은퇴경기가 있다. 오재원은 “떨어져 있다 보니까 잘 몰랐다.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은퇴투어를 하셨다. 오히려 내가 영광이다. 나는 이대호라는 선수 덕분에 용기를 얻었고, 자부심을 얻었다. 프리미어12 때, 삿포로돔에서도 그랬고, 준결승 때도 그랬다. 모든 일본 선수가 먼저 와서 인사를 하더라. 용기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을 묻자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캡틴’이라는 별명이 가장 좋았고, 후배들에게 두산의 정신을 이어가달라는 당부를 했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망도 남겼다. 아래는 오재원과 일문일답.

-은퇴 결정은 이미 했지만, 은퇴식 날이 왔는데 감정이 어떤가.

막상 현실이 됐고, 많이 떨어져 있다가 잠실에 왔다. 팬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기는 하다. 마인드 컨트롤이 잘됐는데 오늘은 좀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은퇴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갈 때는 내 발로 가고 싶었다. 두산의 자원이고, 직원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휘둘리지 않고, 구단에서 허락하신다면 내가 내 발로 가고 싶었다.

-허경민이 안 울면 10만원 주겠다고 했다는데.

눈물 한 방울에 얼마가 걸려 있나 모르겠다. 귀마개를 할까, 눈을 다르게 떠볼까 생각중이다. 한번 마주쳐보겠다. 웃거나 대성통곡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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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원이 8일 자신의 은퇴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두산에서만 선수생활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자면.

그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다. 너무 많다. 하나를 정해서 말하기 어렵다. 기억이 나는 순간이 많다. 그래도 꼭 하나를 꼽자면, 2015년 첫 우승 당시다. (이)현승이 형의 마지막 공이 들어가는 궤적까지 다 기억이 난다.

-2015년 뛰었던 동료들과 함께한 순간을 다시 떠올린다면 어떤지.

다 좋다. 다 기억에 남는다. 다 내게 소중한 형, 동생들이다. 추억이라는 것보다, 죽을 때까지 안고 갈 좋은 기억이다. 좋은 순간이었다. ‘추억’이라는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오다 가다 다 만날 사람들이다.

-2022년 팀도 그렇고 개인 성적도 좋지 않다. 아쉬울 것 같은데.

그렇다. 그래도 항상 잘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성적으로 말하면 할 말이 없다. 은퇴하겠다는 마음을 먹기 전까지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 남들보다 2배, 3배 했다고 자부한다. 나보다 연습을 많이 한 선수, 열심히 한 선수는 김재환 딱 1명이다. 입단 후 단 하루도 오롯이 쉬어본 적이 없다. 그런 노력이 조금은 인정을 받은 것 같다. 감사하다. 성적이 좋지 못했던 부분은 죄송하다. 사과드린다.

-2018년 자기 야구를 완성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후회가 담긴 말이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10대 때, 20대 때 알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고칠 수 없는 신체적인 버릇이 너무 들어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다른 이론을 접했다.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은퇴 후 계획은 세웠는지. 지도자 생각은 없는가.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여러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단, 유희관처럼은 아니다.(웃음) 아직 딱히 설명하기 어렵다. 뚜렷한 목표가 있고, 생각이 있다.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두산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항상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왕조’라 하고,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가장 연봉 총액이 적었던, 부족했던 선수들이다. 팀을 위해 희생하면서 강팀이 됐다. 그 정신을 계승해나갔으면 좋겠다. 헝그리 정신이 아니더라도, 팀을 위해 서로 희생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두산 특유의 정신이 있다. 잊지 않고, 한 명씩, 한 명씩 해줬으면 한다. 지금 (허)경민이가 하듯, (김)재환이가 하듯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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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원이 8일 자신의 은퇴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오재원에게 두산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다른 팀을 가본 적이 없기에 비교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사람이 ‘할 수 있다’는 열망을 가지면, 모자란 사람들도 뭉치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키스톤 콤비 김재호는 어떤 존재였나.

눈빛만 봐도 안다고 하지 않나.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다. 내 평생의 오른쪽을 맡긴 사람이다. 수비 위치, 예측 등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파트너가 이야기를 하면 전적으로 믿었다. 유일한 사람이다. 내가 ‘이쪽이다’고 너무 확신을 해도, 내 유격수의 말은 들었다. 유일하다. 평생의 파트너다.

-국가대표 생활을 돌이켜보면 어땠나.

국가대표 경기를 나갔을 때, 무서웠던 기억 밖에 없다. 프리미어12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첫 타석이 아마 삿포로돔에서 대타로 출전해 걸어나간 것이다.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온몸이 후들거렸다. 너무 무서웠고, 두려웠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계산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한 기억 밖에 없다.

-팬들이 어떻게 기억해줬으면 하는지.

최선을 다한 선수다. 나는 진짜 최선을 다했다. 그 진정성을 조금만 알아주셨으면 한다.

-별명이 많았다. 기억에 남는 별명이 있나.

무엇보다 ‘캡틴’이 가장 좋다.

-이대호와 같은 날 은퇴식을 한다.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은퇴투어를 하셨다. 오히려 내가 같은 날인지 몰랐다. 영광이다. 나는 이대호라는 선수 덕분에 용기를 얻었고, 자부심을 얻었다. 프리미어12 때, 삿포로돔에서도 그랬고, 준결승 때도 그랬고, 모든 일본 선수가 먼저 와서 인사를 하더라. 용기를 얻었다.

-마지막으로 뛴다. 어떤 플레이가 나올까.

야구를 안 한지 너무 오래됐다. 실책하면 어떡하나 싶다. 큰일났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