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두산의 ‘영원한 캡틴’ 오재원(37)이 현역 마지막을 고했다. 은퇴 경기에 교체로 나서 타석에 섰고, 수비도 했다. 경기 후에는 성대한 은퇴 행사가 있었다. 동료들의 헹가래도 받았다. “하지마”라고 했다. 그러나 두산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대로 보낼 수 없었다.
오재원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전에 두산 선수로서,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모습을 보였다. 1군에서 지난 4월29일 이후 162일 만에 경기에 출전했다. 8회말 대타로 나서 기습번트를 댄 후 1루에서 아웃됐고, 9회초 수비까지 봤다.
경기 전 은퇴식 1부 행사가 있었다. 두산과 키움 선수들이 도열한 가운데 전풍 사장으로부터 유니폼이 담긴 액자를 선물로 받았고,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동료 선수들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액자로 받았다. 순금 명함패와 꽃다발 등도 받았다. 키움 이용규, 두산 김재환이 전달했고, 더스틴 니퍼트도 깜짝 등장했다. 팬클럽에서 준비한 선물도 있었다.
경기 후 진짜 행사가 열렸다. 오재원의 플레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고, 김재환, 정수빈, 김재호 등 두산 선수들과 양의지, 이용찬, 박건우, 오재일, 이원석 등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이 메시지를 보냈다. 오재원의 아버지도 영상을 통해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
이후 오재원의 아버지와 가족들이 등장해 오재원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이어 마이크 앞에서 은퇴사를 낭독했다. “선수들 피곤할텐데 금방 끝내겠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오재원은 “먼저 이 자리를 마련해주시고 ‘캡틴’을 허락해주신 박정원 회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나는 어릴 때 할아버지, 아빠와 함께 LG를 응원하러 이 야구장에 오면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꿨다. 그런 엘린이가 대학교 때 김우열 선생님을 만났고, 김경문 감독님을 만났으며, 김인식 대표팀 감독님의 부름을 받았다. 태어날 때부터 두산이 인연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 윤명준, 양의지, 박세혁, 장승현, 최용제, 오재일, 김재호, 허경민, 정수빈, 김재환, 박건우, 김인태, 민병헌, 김현수, 이원석.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내 자랑이자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이름이란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벅찬 3개의 순간과 3개의 반지를 함께 쟁취했던 내 형, 내 동생들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리고 가족에게 이게 끝이 아니고 다시 시작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끝으로 두산 또 저의 팬 여러분.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이렇게 가득 메워주시고, 박수 쳐주시고, 욕해주셔서 감사했다. 이제 다른 오재원으로 뵙겠다. 감사했다”고 마무리했다.
|
은퇴사를 마친 후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나와 오재원을 감쌌고,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오재원이 폰을 꺼내 셀카도 찍었다. 그리고 선수들이 일제히 물을 꺼내 오재원에게 뿌렸다. 김민혁, 김대한 등은 아예 대형 생수통을 들고 나와 아낌없는 물 세례를 퍼부었다. 팬들은 ‘오재원’을 연호했다.
끝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다시 오재원 곁에 모였고, 헹가래를 했다. 오재원은 “하지마”라며 몸부림을 쳤지만, 다른 동료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헹가래까지 받은 오재원은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고, 다시 홈으로 돌아와 고개 숙여 인사한 후 퇴장했다.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로 오재원을 보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