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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프리에이전트(FA) 재자격 취득을 앞둔 양의지(35·NC)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4년전 125억원을 받은 총액에 버금가는 액수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대 중반이어서 ‘몇 경기나 마스크를 쓸 것인가’에 물음표가 달려있지만, 포수는 불혹을 넘어서까지도 마스크를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는 아니다. 김동수 박경완 진갑용이 41세, 조인성이 42세까지 마스크를 썼다. 비록 백업이지만 이성우가 40세까지 안방을 지키다 유니폼을 벗었고 38세인 허도환도 현역 포수로 포스트시즌에 출전했다.
양의지는 빼어난 타격능력이 도드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포수로서 팀을 끌어가는 점이 더 크다. “타자로서 양의지가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 쪽은 그를 영입할 의사가 없는 팀으로 보는 게 맞다. 에이징 커브를 걱정한다면, 양의지의 타격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하향곡선을 피할 수 없다. 불혹에도 100타점을 때려낸 타자는 두산 이승엽 감독과 올해 은퇴한 롯데 이대호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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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이내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타자 양의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 투수 성장이 절실한 팀들도 ‘포수 양의지’의 능력에 기댈 수 있다. 공수를 겸비한 양의지의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의지라는 포수가 가진 파급력은 4년 전에도 한차례 증명됐다. 양의지는 팀을 옮긴지 2년 만에 창단 첫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조인성(LG 코치)를 제외하고는 불혹까지 마스크를 쓴 포수들은 이른바 우승 청부사였다. 포수가 차지하는 팀내 비중이 특히 단기전에서는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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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전성시대’를 지켜보는 또하나의 시선은 안타까움이다. KBO리그는 수년전부터 자체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선수출신 단장과 전력강화코디네이터를 영입하고 첨단 시스템을 도입해 데이터 분석에 열을 올렸다. 이미 4~5년간 투자를 아끼지 않은 팀도 있고, 3년 이상 공들인 팀도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떠들썩하게 육성과 빌드업을 외친 팀 중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팀이 없다는 점이다.
LG가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창단 최고 승률(0.613)을 기록했는데, 플레이오프 탈락 후 사령탑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아니면 실패한 시즌이라고 규정한 것과 같다. 프런트 중심의 선수 육성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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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는 손꼽히는 포수 전문가가 없다. 코치 중 유일하게 능력을 인정 받은 이가 NC 강인권 감독이다. 강 감독을 제외하고 ‘명 포수조련사’를 꼽으라면 선뜻 나오는 이름이 없다. 한때 득세한 ‘포수출신 감독’이 자취를 감춘 것도 포수 조련사 실종을 야기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마추어 쪽은 더하다. 포수가 체계적인 지도를 받지 못하니 기본기가 떨어진다. 떨어진 기본기를 프로에서 쌓으려다보니 시행착오에 빠진다. 포수가 시행착오를 겪으면, 팀 성적은 불보듯 뻔하다. 기회를 줄 수 없으니 ‘이름난 포수를 사서 쓰자’는 게 당연한 논리가 됐다. 양의지를 포함해 강민호(삼성) 이지영(키움) 장성우(롯데) 박동원(KIA) 최재훈(LG) 등 대부분 팀 안방 주인은 자체 육성 포수가 아니다.
포수를 만들 능력이 없는데, 자체 육성으로 팀을 꾸린다는 건 아이러니다. 치솟는 양의지의 몸값은 KBO리그의 수준을 대변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