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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대회 전 마지막 A매치에서 선보인 스리백 카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부임 후 포백을 고수했다. 간혹 스리백을 활용한 적은 있지만 극히 드물었고, 결과도 그리 좋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가장 잘 구현한 포메이션은 포백을 기반으로 하는 4-1-4-1, 혹은 4-3-3 포메이션이었다.
그런데 벤투 감독은 11월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 돌연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앙에 김영권을 세우고 좌우에 권경원과 박지수를 세우는 작전이었다. 문제는 수비의 키플레이어인 김민재가 뛰지 않았고, 상대의 공격력도 너무 약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무실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전술의 완성도와 효용성 등을 따지기 쉽지 않았다.
스리백은 약팀이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술이다. 우리보다 공격력이 한 수 위인 우루과이, 포르투갈을 상대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렇다고 벤투 감독이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활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벤투 감독은 계속해서 ‘우리 축구’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4년간 해왔던 패스 축구를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게 벤투 감독이 보인 오랜 생각이자 태도다. 스리백을 쓴다 해도 우리 축구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고민되는 지점은 ‘익숙함’에 있다. 벤투 감독은 최근 김민재를 중심으로 하는 스리백을 쓴 적이 없다. 제대로 실전도 안 치러보고 스리백을 쓰면 선수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김민재는 소속팀 나폴리에서 포백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김민재의 파트너인 김영권도 울산 현대에서 주로 포백으로 나섰다. 수비의 핵심인 두 선수가 최근 스리백 경험이 많지 않은 점은 팀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김민재는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상관 없이 팀에 보탬이 되면 된다”라고 이야기했지만 더 편한 전술은 분명 있다.
게다가 벤투 감독이 최종전에서 선발 출전시켰던 박지수가 부상으로 인해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아쉬움도 겪었다. 수비 옵션 하나가 빠지면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
도하에 도착한 후 3일간 진행된 초반 훈련에서 벤투 감독은 포백 위주로 조직력을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루과이와의 1차전이 열리는 24일까지는 일주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 우루과이뿐 아니라 포르투갈, 가나전도 있기 때문에 벤투 감독은 여유를 갖고 두 전술 모두를 테스트해볼 수도 있다. “월드컵에서 하나의 전술로만 나갈 수는 없다”라고 말한 만큼 벤투 감독은 특정 시점이 되면 히든카드로 스리백을 꺼내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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