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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2023년 신인 1라운드 지명자 김건희가 19일 원주 태장체육단지에서 진행중인 마무리 캠프에서 인터뷰를 한 후 포즈를 취했다. 원주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원주=김동영기자] KBO리그에도 ‘투타 겸업’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 키움의 2023년 1라운더 김건희(18)가 강력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키움은 말리지 않는 모습이다. 투타 모두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키움은 지난 10월31일부터 원주 태장체육단지에서 2022시즌 마무리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시리즈까지 치렀기에 1군 선수들은 없다. 퓨처스 선수들 위주다. 그리고 2023년 루키들도 함께 훈련중이다.

역시나 상위 라운더 쪽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지명된 원주고 출신 김건희가 있다. 마침 프로 첫 캠프를 자신이 학창 시절을 보낸 곳에서 하고 있다. “고교 시절에도 여기서 훈련을 했다. 익숙한 곳이라 그런지 마음이 편하다”며 웃었다.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몸을 만들고 있다. 고교시절 최정상급 선수였지만, 프로는 다르다. “훈련은 고교 시절과 확실히 다르다. 기본기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굉장히 체계적이다.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류’ 자원으로 꼽힌다. 고교 시절 투타를 겸했다. 북일고 1학년 시절인 2020년 21경기에 나서 타율 0.286, 13타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2학년 때는 16경기에서 타율 0.420, 13타점을 생산했다. 6볼넷에 4삼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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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건희(가운데)가 19일 원주 태장체육단지에서 진행중인 마무리 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원주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2학년 말 원주고로 전학했고, 3학년인 2022년 16경기, 타율 0.378, 1홈런 9타점을 만들었다. 투수로도 9경기에 나서 13.2이닝을 소화하며 3패, 평균자책점 1.29를 일궈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포수로 신청해 키움에 지명됐다.

현재 투수 훈련과 타자 훈련을 동시에 하고 있다. 투수로 한 차례 피칭을 했다. 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송신영 투수코치는 “현재 공을 던지는 유일한 투수가 김건희다”고 설명했다. 야수로는 1루 수비 연습을 하는 중이다.

김건희는 “구단에서도 둘 다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밀어준다. 믿고 맡겨주신다. 안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자신 있다. 부딪쳐보려고 한다. 마무리 캠프 명단에는 포수로 포함되서 오기는 했는데 1루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내야 수비 훈련을 계속했고, 고교 때도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키움도 지켜보고 있다. ‘안 된다’는 것은 없다. 설종진 퓨처스 감독은 “일단 지금은 신인 선수들을 관찰하는 시기다. (김)건희도 마찬가지다. 투수도 해보고, 타자도 해보는 것이다.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고 짚었다.

이어 “둘 다 하면 좋은 것 아닌가. 오타니도 둘 다 하지 않나. 나쁜 것이 아니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어느 한쪽이 우수하다면 밀어주면 될 일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건희에게 물어봐도 ‘재미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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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퓨처스팀 설종진 감독이 19일 원주 태장체육단지에서 진행중인 마무리 캠프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주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아울러 설 감독은 “던지는 것을 보면 ‘이래서 1라운더구나’ 싶다. 송신영 코치도, 캐치볼 할 때부터 ‘좋습니다’ 하더라. 치는 것도 보면 잘 친다. 피지컬이 좋고, 힘을 쓸 줄 안다. 방망이 칠 때도 손목으로 친다. 박병호 스윙처럼 한다”고 호평을 남겼다.

피칭이 있는 날은 투수조 훈련을, 아닌 날은 야수조 훈련 스케줄을 따른다. 지금은 5대5 비중이다. 언젠가 결정을 할 것이다. 선 감독은 “평가를 한 후, 1군에서 방향성을 잡아줄 것이다. 거기 맞춰서 간다. 6대4로 하던지 하는 식이다. 지금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 파트에서 송 코치가, 타격 파트에서 김태완 코치가 김건희를 지도하고 있다. 김건희는 “송신영 코치님께서 밸런스를 강조하신다. 자세를 잡아주셨다. 김태완 타격코치님께서는 내가 했던 것을 존중해주신다. 디테일한 부분만, 원포인트로 짚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키움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실험에 주저함이 없는 팀이다. 김건희가 진짜 투타 겸업으로 1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 자신도 있고, 재능도 보인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할 일도 아니다. 키움의 판단에 달렸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