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치고 빠른발로 득점까지! 박해민[포토]
WBC 대표팀 박해민이 6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오릭스 버팔로즈와 대한민국 WBC 대표팀의 평가전 9회초 1사 1,3루 이지영의 얕은 플라이때 홈언더베이스를 시도해 세이프되고 있다. 오사카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의심의 눈초리. 타선은 연결이 끊어졌고, 타구가 가장 많이 향한 곳에서는 실책이 쏟아졌다. ‘우려 반 걱정 반’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패배라는 성적표까지 받아들었으니, 의심의 눈초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개막전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도쿄에서는 멀리 떨어진 오사카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결전의 무대에 오르는데, 첫 과정이 매끄럽진 않았다. 대표팀은 6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치른 오릭스와 평가전에서 2-4로 패했다. 김하성, 오지환 등 내야 수비 핵심 선수가 실책 3개를 범한 것도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마무리 고우석은 투구 도중 목 담 증세로 자진강판했다. 악재로 볼 수 있는 여러 장면이 동시에 나왔다.

9회초 박해민 안타때 3루까지 내달린 이정후[포토]
WBC 대표팀 이정후가 6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오릭스 버팔로즈와 대한민국 WBC 대표팀의 평가전 9회초 1사 1루 박해민의 얕은 안타 때 3루까지 내달려 세이프되고 있다. 오사카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전지훈련을 때아닌 혹한 탓에 원활히 치르지 못했고, 설상가상 귀국길에 비행기 고장으로 이강철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 일부가 고난의 행군을 한 것까지 떠올리면, 악재투성이다. 가뜩이나 야구 대표팀은 10년 가까이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2013년과 2017년 WBC에서는 1라운드에서 짐을 쌌고, 프리미어12와 도쿄올림픽 등 A 대표팀이 출전한 대회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대표팀을 향한 냉담한 시선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필연적으로 위기 뒤 기회가 온다. 기회가 언제 오느냐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찬스를 잡을 것으로 믿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화면에 비친 숫자보다 선수들의 표정과 움직임에서 위기가 끝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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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김하성이 6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오릭스 버팔로즈와 대한민국 WBC 대표팀의 평가전. 오사카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이날 평가전도 과정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장면이 많았다. KBO리그와 다른 스트라이크존, 특히 높은 코스는 정규시즌 때보다 두세 개가량 더 높았다. 커브나 체인지업, 포크볼을 많이 던지는 국제대회 흐름상 ‘하이 패스트볼’을 얼마나 잡아내느냐가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떨어지는 공은 히팅 포인트를 높게 설정해야 정타를 만들 확률이 높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서 떨어지면, 볼이다. 이 공에 반응하기 시작하면, 이른바 수싸움은 물건너 간다.

대표팀은 초구 2구에 배트를 내미는 경우가 많았다. 타이밍을 재려면, 스윙해봐야 한다. 높은 공에 반응한 것 역시 같은 맥락.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든 타구는 대체로 타이밍이 괜찮았다. 야수 정면으로 빠르게 굴러가는 타구가 많은 게 이를 방증한다. “타자들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는 이 감독의 발언에 담긴 함의다.

\'3회말 오지환과 콤비플레이 펼치는 에드먼\'[포토]
WBC 대표팀 2루수 에드먼이 6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일본 오릭스 버팔로즈와 대한민국 WBC 대표팀의 평가전 3회말 1사 1루 오릭스 나이토의 타구를 오지환으로부터 받아 1루로 송구해 병살처리하고 있다. 오사카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실책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인조잔디는 KBO리그에도 고척스카이돔에만 깔려있다. 타구 반응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야수 대부분은 장기간 이동 등으로 리듬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반발 차이로 안타와 아웃이 갈리는 종목 특성을 고려하면, 이날 평가전은 말그대로 알찬 리허설인 셈이다.

스치듯 만난 대표팀은 2009년 WBC 대표팀을 떠올리게 할만큼 분위기가 좋았다. 대회를 시작하면 긴장하겠지만 ‘재미있게 해보자’는 긴장감을 뛰어넘었다. 대게 이런 상태로 대회를 시작하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자신들이 벼랑끝에 서 있다는 걸 선수들이 가장 잘안다.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둘 수는 없겠지만, 주사위는 던져졌다. “최선을 다했다면, 패해도 괜찮아”를 외칠 시간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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