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기자] 격투기에서 ‘인간 상성’이란 없다. 이를 증명한 최고의 파이터, 이스라엘 아데산야가 마침내 페레이라를 침몰시켰다.
전 UFC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3·나이지리아/뉴질랜드)가 UFC 미들급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35·브라질)의 벽을 드디어 넘었다. 알렉스 페레이라는 자신의 1차 방어전에서 패하며 챔피언 벨트를 빼앗겼다.
알렉스 페레이라와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287: 페레이라 vs 아데산야 2’ 대회 메인 이벤트에서 UFC 미들급 타이틀을 놓고 격돌했다.
둘의 악연은 깊다. UFC에 입성하기 전 킥복싱 단체 글로리(Glory)에서 페레이라는 아데산야에게 두 차례 승리를 거뒀다. 2016년 펼쳐진 대결에서는 판정승을, 2017년에는 KO 승을 거뒀다. 페레이라는 미들급과 라이트헤비급 두 체급 챔피언을 지냈다.
아데산야 입장에서 페레이라는 꼭 이기고 싶은 상대다. UFC 입성 후 아데산야는 미들급에서 12연승으로 무적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UFC 281’에서 아데산야는 다시 만난 페레이라에게 5라운드 레프트 훅에 이은 난타 TKO 패를 당하며 챔피언 벨트를 뺏겼다.
‘인간 상성’인 것일까. 페레이라에게만 3연패를 당한 아데산야는 약이 오를대로 올랐다. 이번 매치를 앞두고 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아데산야는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겠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이날 페레이라는 평소 애니메이션 덕후인 아데산야를 도발하기 위해 ‘포켓몬스터’ 인기 캐릭터 피카츄 재킷을 입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페레이라는 “아데산야와는 라이벌 관계조차 성립 안 된다”며 “나는 그를 KO시켰다. 그를 이기는 방법을 알고 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안다. 이번에도 그를 이기면 다시는 그와 싸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데산야는 지난 경기에서 막판 역전 KO 패 당한 것을 떠올렸다. 그는 “페레이라를 이기는 법을 안다. 매번 내가 이기고 있었는데 그 특출난 회복 능력으로 반격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그의 의식을 완전히 끊어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페레이라와 아데산야는 8일(한국시간) 열린 계체를 무사히 통과했다. 페레이라는 185파운드(83.91kg), 아데산야는 184.5파운드(83.69kg)였다.
기자회견에서도 신경전은 계속됐다. 아데산야는 금속 개목걸이를 하고 나타나 “나는 개다. 이제 이걸 풀어헤칠 것이다. 벨트는 상관없고 페레이라의 목을 뽑아버릴 것”이라고 강하게 외쳤다.
페레이라도 브라질 파탁소 원주민 전통 분장을 하고 나타나 “내일 그의 목줄을 벗긴 다음에 개처럼 두들겨 팰 것”이라고 받아쳤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환호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현장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깜짝 방문해 옥타곤 바로 앞에서 지켜봤다.
페레이라와 아데산야는 킥을 주고 받으며 신중하게 타격전을 펼쳤다. 두 타격 고수는 결코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묘한 분위기의 1라운드가 끝나고 둘은 각자의 코너에서 전열을 가다듬었다.
2라운드에서 페레이라는 순간적으로 앞으로 전진하며 강력한 타격을 퍼부었다. 아데산야는 추격을 위해 잽을 날리며 받아쳤다. 페레이라는 다시 거리를 유지하며 스탠스를 조절했고, 아데산야의 펀치가 스쳐 지나갔다.
한 차례 공방전이 펼쳐지던 중 극적인 순간이 나왔다. 케이지에 밀린 아데산야가 페레이라에게 오른손 카운터를 날렸고, 페레이라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아데산야는 2라운드 4분 21초 KO 승을 거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데산야는 “일생 단 한 번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 넘어져 있으면 느낄 수 없다. 계속 도전하라”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서 “페레이라는 훌륭한 챔피언이다. 그의 이야기에서 나는 악역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나의 이야기다”라며 복수에 성공한 기쁨을 표현했다. 페레이라에게 맞는 순간은 연기(?)였다는 주장도 던졌다.
이로써 지긋한 악연은 끝났다. 이스라엘 아데산야는 페레이라를 상대로 세 차례 패했지만 드디어 리벤지 타이틀 매치를 승리로 장식했다. 챔피언 벨트를 되찾은 이스라엘 아데산야에게 ‘인간 상성’이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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