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가수에게 표절은 의혹만으로도 치명적이다. 사실관계를 차치하고 표절 관련 이슈에 노출되기만 해도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다. 더군다나 작사, 작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라면 말할 것도 없다.
가수 아이유(30)가 음원 표절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아이유가 다른 가수의 음원을 표절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지난 8일 접수됐다.
고발인 A씨는 지난 8일 아이유의 대표곡인 ‘좋은날’(2010)을 비롯해 ‘부’ ‘가여워’(이상 2009) ‘분홍신’(2013) ‘삐삐’ (2018) ‘셀러브리티’(2021) 등 총 6곡이 국내외 아티스트의 음악을 표절한 정황이 있다며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아이유는 ‘셀레브리티’ 작곡에, ‘삐삐’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고발장엔 “해당 곡들이 원저작물과 멜로디, 리듬, 코드 진행까지 동일한 경우가 많으며, 특히 ‘좋은날’과 ‘분홍신’의 경우 일반이 듣기에도 상당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지점은 고발인이 원작자가 아니란 점이다. 통상 저작권 침해죄는 피해를 입은 원저작권자가 고소해야 사건이 진행되는 ‘친고죄’다. 이번 고발인은 원저작권자가 아닌 일반 시민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인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으로 관련 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고소가 없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근거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유를 둘러싼 표절 의혹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분홍신’의 경우 지난 2013년 공개 직후 해외 뮤지션 넥타의 ‘히어스 어스’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며 표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아이유 측은 “일부 멜로디가 유사하게 들릴 수 있지만, 두 곡의 코드 진행은 전혀 다르다”며 반박했다. 그러나 이후 유튜브 등에는 아이유에 대한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영상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또 한 번 표절 시비가 불거진 것에 대해 아이유 소속사 측은 “현재 정식으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지는 못했으며 기사를 통해 고발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고발장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소속사는 이번 고발과 별도로 아이유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글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듣는 사람에 따라 “표절이 맞다”는 의견과 “흔히 쓰이는 멜로디”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특히 그동안 각종 루머와 허위사실에 대해 꾸준히 악플러들을 향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온 아이유인 만큼 이번 논란도 일부 악플러의 소행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실제로 논란이 되고있는 아이유 표절 의혹 제기 영상들을 보면 원곡의 배속이나 키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영상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한편에선 아직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내용인 만큼 확대하여 해석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요계에선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대부분 논란이 벌어지다 결론을 맺지 못한채 흐지부지되고 만다. 원저작자가 법원에 고소할 경우 표절시비를 가릴 수 있지만 소송절차가 오래 걸리고 승소하더라도 배상액이 크지 않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유명 아티스트에게 표절 시비가 붙으면 대부분 결과에 주목하지 않는다. 표절 의혹에 이름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대중가수로서는 이미지에 크게 흠집나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유희열의 표절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일부 유튜버들이 제기한 유희열의 표절 의혹은 한동안 가요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지금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유희열은 일부 억울함을 드러냈지만, 표절 여부와 상관없이 수십년간 이어온 유희열의 음악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아이유는 국내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올림픽주경기장 단독 콘서트를 전석 매진시킬 정도로 이름이 곧 브랜드인 가수다. 특히 자신의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하고, 꾸준히 작사와 작곡을 해오면서 싱어송라이터로도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이번 논란으로 인한 파장도 그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곡가는 “다른 곡의 구절이나 멜로디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 행위는 대중으로부터 지탄받아야 마땅하지만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표절 의혹부터 제기하는 행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현재 표절에 관련한 법적 해석이 미비해서 표절은 작곡가의 양심에 맡기는 분위기다. ‘2소절, 8마디 이상 같으면 표절’이란 기준을 세우기도 어렵다. 오히려 마디를 잘라서 붙이는 형태로 악용될 수도 있다”며 “보통 노래 표절 관련 소송에서는 여러가지 정황상 분위기나 주요 멜로디의 유사성 등에 대해 음악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분석하는 작업이 이뤄지는데 이게 또 작곡가와 일반 청중이 듣는 유사성 판단이 다를 수 있어 굉장히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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