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람틴(홍콩)=황혜정기자] 타율 0.455(11타수 5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955.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리드오프이자 외야수 안수지(34)가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표팀은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2023년 아시안컵(BFA) 조별리그 3경기에서 안수지의 뛰어난 출루율과 빠른 발을 이용해 ‘난적’ 필리핀을 9-5로 잡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해 세계야구월드컵 진출권 획득에 성공했다.

안수지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리드오프’라는 중책을 맡아 적극적으로 출루를 시도했고 출루하면 쉼 없이 뛰어다니며 상대를 흔들었다. 특히 이날 백미는 5회에 나온 안수지의 홈 슬라이딩이었다.
5회 무사 1루에서 안타를 치고 1루에 안착한 안수지는 1사 만루에서 박주아의 중전 적시타 때 홈으로 전력 질주했다.
그러나 필리핀 외야수의 어깨가 생각보다 강했다. 홈으로 공이 빠르게 날아오자 안수지는 바로 슬라이딩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 포수와 크게 부딪혔다. 결과는 아쉽게 아웃. 그러나 안수지가 보여준 투혼으로 대표팀의 전투력이 한 층 올라갔다.
경기 후 안수지는 “포수랑 부딪히고 아팠다. 그러나 우리팀이 필리핀을 꺾고 세계무대에 나갈 수 있기에 내가 아픈 건 하나도 중요치 않다”며 환하게 웃었다.

안수지의 빠른 발은 남몰래 꾸준히 해온 특훈의 결과다. 바로 ‘모래주머니’를 차고 산 정상까지 뛰어가기다.
안수지는 “집 앞에 아차산이 있다. 어릴 때부터 산 타는 걸 너무 좋아해서 몇 년 전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모래주머니까지 차고 나선 건 조금이라도 달리기 속력을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에 2번씩 그는 아차산을 누볐다.
안수지는 이제 대표팀 4년 차 외야수다. 만 31세이던 지난 2020년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여자야구 선수는 만 16세부터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는 데에 비해 안수지는 다소 늦은 나이에 대표팀에 승선했다.
그 이유는 안수지가 야구를 20대에 시작했기 때문이다. 늦은 나이에 야구를 접했고, 그 과정에서 코에 공을 맞아 코뼈가 부러지기도 했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결국 ‘꾸준한 사람이 승리한다’는 진리처럼 안수지는 30대 때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었다.
안수지는 “승부욕이 강해 야구를 더 잘하고 싶었다. 야구를 잘 하려고 사회인 동호회 훈련 말고 레슨장에도 따로 다니고 하다보니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대표팀에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자기 관리의 끝판왕이기도 하다. 안수지는 홍콩에 와서도 휴식시간에 놀지 않고 숙소에서 쉼없이 요가를 한다. 그는 “근육이 뭉치면 부상이 온다. 경기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요가로 몸을 유연하게 하고 있다. 일종의 내 루틴”이라고 했다.
대표팀 양상문 감독은 안수지에 대해 “이론적으로 알려주면 습득력이 좋다. 또 몸이 유연해서 타격 시 맞히는 능력이 좋다”고 평했다.
요가로 만들어진 유연함과 모래주머니를 차고 등산한 훈련으로 만들어진 빠른 발로 안수지는 이제 메달을 목표로 달린다. 안수지는 “리드오프로서 더 많이 출루하겠다. 내 뒤의 타선에 대한 믿음이 있다. 그들이 타점을 올릴 수 있게끔 내가 더 열심히 앞에서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et1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