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에 부임한 정근우(41) 수석 코치와 대표팀 선수들은 투혼을 발휘해 지난 1일 홍콩에서 열린 ‘2023년 아시안컵(BFA)’에서 소중한 동메달을 따냈다. 이제 오는 8월 캐나다로 향해 미국, 호주 등 여자야구 강국과 맞붙는다. 스포츠서울이 창간 38주년을 맞아 정근우 코치에게 홍콩에서의 소회와 캐나다에서의 각오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①편에 이어> 국가대표 2루수로 한국야구 전성기를 이끈 정근우 코치. 그는 요새 ‘여자야구 알리기’에 한창이다. 고정 출연 중인 JTBC 예능 ‘최강야구’에서는 물론, MBC 예능 ‘복면가왕’은 물론 다수의 방송·언론에 “여자야구를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말하고 있다.
정 코치는 “여자야구를 직접 보니 조금만 주변에서 도와주면 무언가 가능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기민한 촉이 발동한 것일까. 그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동안 야구 해왔던 사람으로서 여자야구의 가능성이 보였다”며 “여자야구만의 재미도 있고, 선수들의 열정을 보니 조금이라도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정 코치가 여자야구 홍보를 열심히 하니 주변 동료들도 한 마디씩 건넸다. 정 코치는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고 오자 (이)대호와 (추)신수가 ‘정말 큰일 했다. 축하한다’라며 도와줄 일 없냐고 묻더라”고 전했다.
KBS 예능 ‘청춘야구단’에서도 선수들을 지도했지만, 올해 초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코치로 부임하며 정식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정근우 코치는 “선수들이 ‘스승의 날’ 때 준 손 편지에 뭉클했다. 역시 여자 선수들이라 이벤트에 강하더라(웃음). 선수들이 내게 ‘감사하다’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내가 더 고맙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운 존재”라고 했다.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며 스스로 반성하게 된 것도 많았다 했다. 정 코치는 “‘최강야구’ 촬영 중에 다리가 안 좋았던 적이 있다. 그 순간 우리 여자 선수들 생각이 나더라. 여자 선수들은 몸에 근육도 많지 않고 살집도 없는데 공을 맞고서도 꿋꿋이 참고 경기를 하더라. 그 생각이 나면서 나도 그렇게 버텼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하고 있다. 대표팀을 관할하는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관계자는 “정근우 코치가 선수들이 훈련에 지쳐있을 때면 막 재밌는 이야기를 하며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리더라. 정 코치는 여자 대표팀에 진심”이라고 귀띔했다.
정 코치는 “우리의 만남이 ‘인연’이라면, 그 인연을 좋은 추억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실 ‘여자야구’에 대한 존재 자체도 몰랐다. 선수들이 내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길 바랐다. 나도 선수들과 빨리 친해져 더 좋은 코칭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서로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이제 너무 친해져서 문제”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정 코치는 짧은 휴식 후 오는 7월 1일부터 다시 대표팀 훈련에 나선다. 대표팀은 오는 8월 8일부터 약 열흘간 캐나다에서 ‘세계야구월드컵(WBSC)’ 조별리그를 치른다. 대한민국은 미국, 호주, 캐나다, 멕시코, 홍콩과 한 조에 속했다.
정근우 코치는 “훈련을 재개하기 전까지 선수 교체를 통해 전력을 강화하겠다. 전 세계에 대한민국 여자야구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다. 세계대회 이후에 ‘여자야구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이제 여자야구 꿈나무들을 찾아 헤매야죠.”
정근우 코치는 지난달 중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족한 ‘KBO 재능기부위원’에 위촉됐다. 재능기부위원으로 KBO리그에 큰 발자취를 남긴 레전드 야구인 17인이 선정됐다. 정 코치를 비롯해 이만수, 송진우, 정민태, 김선우 등 레전드 은퇴 선수들은 일선 초등학교를 찾아가 야구의 리드업 스포츠인 티볼을 강습하고 있다.
정근우 코치는 “이미 두 번이나 초등학교에 강습을 나갔다”라며 “남학생뿐만 아니라 이제는 여학생들도 유심히 보게 된다. 이제 여자야구 꿈나무들을 찾아 헤맬 것”이라며 여자야구를 향한 ‘찐’ 사랑을 드러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