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담금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잘 성장한다면 1군 주요 전력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선발 한 자리도 꿰찰 수 있을 전망이다. 2년차 루키 황동하(21)가 주인공이다.

황동하는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해 4.2이닝 4피안타(2피홈런) 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오랜만에 밟은 1군 무대다. 자신의 두 번째 선발 등판이기도 했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퀄리티스타트(QS)는 아니었다. 5이닝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충분히 눈길이 가는 투구였다.

불같은 강속구는 없다. 최고 구속이 시속 145㎞를 기록했다. 대신 포크볼-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까지 변화구를 다양하게 구사했다. 무엇보다 속구와 변화구 모두 제구가 준수했다.

피홈런이 아쉽기는 하다. 4회말 강민호에게 몸쪽 높은 슬라이더를 던져 홈런을 맞았다. 5회말에는 오재일에게 몸쪽 높은 코스 속구를 뿌렸고, 역시나 홈런을 맞고 말았다. 둘 다 실투였다. ‘아차’ 하는 순간 맞는 곳이 1군이다.

그래도 피칭 전체로 봤을 때 괜찮은 모습을 봤다. 1회말 2사 후 구자욱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강민호를 땅볼 처리했다. 2회말은 류지혁-호세 피렐라-오재일을 삼자범퇴로 눌렀다. 3회말에는 이재현에게 볼넷을 준 후 김지찬-김현준-김성윤을 범타로 잠재웠다.

4회말에도 강민호에게 솔로포를 내줬지만, 후속타는 제어했다. 5회 추가 실점하면서 내려와야 했으나 루키라는 점을 고려하면 합격점을 줄 만한 피칭을 했다. 커맨드가 된다는 점이 크다.

인상고 출신으로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7라운드 지명자다. 높은 순위는 아니다. 1년차는 정식 선수가 아니었다. 퓨처스에서만 뛰었고, 21경기 55.2이닝, 6승 2패, 평균자책점 5.34를 기록했다.

2023년은 달랐다. 퓨처스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 14경기 70이닝, 6승 3패, 평균자책점 2.96을 찍고 있다. 56탈삼진-20볼넷으로 비율도 좋다. 제구가 된다는 의미다.

구속도 올라왔다. 1년차에는 시속 130㎞ 중반이었다. 올해는 퓨처스에서 최고 시속 146㎞까지 찍었다. ‘승락스쿨’ 효과를 톡톡히 봤다.

퓨처스 손승락 감독은 지난 5월 “구속이 올라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퓨처스에서 1군에 올라간다면 1순위가 황동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월30일 1군에 올라왔다. 정식선수로 신분도 전환됐다.

결과적으로 첫 1군 무대에서는 쓴맛을 봤다. 8경기 12.1이닝, 2패, 평균자책점 5.11에 그쳤다. 선발도 한 경기 나섰는데 2이닝 3실점으로 조기에 내려와야 했다. 6월29일 1군에서 빠졌다.

퓨처스에서 다시 선발로 뛰면서 기회를 노렸다. 자리가 생겼고, 김종국 감독이 황동하를 다시 불렀다. 괜찮은 피칭을 했다. 눈도장을 찍었다.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면 당연히 좋다. 그러나 못 던진다고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제구가 되면 얼마든지 상대를 막을 수 있다. 황동하의 지향점이다.

김종국 감독은 “황동하가 구속이 많이 올라왔다. 스피드가 오르면 자신감도 오르기 마련이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제구가 중요하다. 황동하는 제구도 좋고, 템포도 안정되어 있다”고 짚었다.

다음 순번에 다시 선발로 나설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길게 봤을 때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능력이 있는 선수다. 2002년생으로 이제 프로 2년차다. 앞길이 창창하다. 잘 성장하면 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