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괜찮아’, ‘이번이 마지막’ 심리도 작용, 수산물 중심 매출 급증

[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일본이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국내 유통업계 고심이 더욱 깊어졌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당시에도 수산물 소비가 급감했으며, 일본 정부가 오염수 유출 사실을 인정한 2013년에도 국내 유통업계는 위기를 겪어야 했다. 이번 오염수는 30∼40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방출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소비 침체 장기화 우려 등 이후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4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국내 유통업계, 특히 수산업계는 소비자 불안심리로 매출 급감을 예상했지만, 우려와 달리 지금까지 주요 수산물 판매량에 큰 추이는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변화 기류는 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실제 찾아본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는 소비 급감 예상과 달리 수산물 매대 주변에 많은 인파가 북적였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이후 첫 주말임에도 불구, 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오염수 방류와 별개인 모습이다.

지난 7월 천일염 대란 당시와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은 사뭇 다른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천일염 품귀 현상으로 소비자들은 천일염 ‘패닉바잉(과도한 사재기 현상)’에 나서기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당일 대형마트에서도 수산물 중심의 매출 급증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진 먹어도 괜찮다’ 혹은 ‘오염되지 않은 수산물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5일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전날 전체 수산물 매출은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 약 35%가량 증가했다. 저장성이 높은 멸치·황태 상품군은 130%, 건 해조류는 100%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건해산물 매출이 40%가량 증가했다. 전체 수산물 매출이 약 15% 늘어난 가운데, 멸치는 150%, 미역은 180% 각각 증가했으며, 특히 소금 매출은 250% 증가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유통업계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염두에 두고 ‘일단 쟁여놓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해 이례적 매출 동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수산물 판매자 A씨는 “오염수 방류발표 이후 아직 매출에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마트를 찾는 소비자 방문 수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고 답했다.

또 대형마트를 찾은 한 소비자는 “지금 먹는 수산물이 가장 안전할 것 같다”며 “오염수가 장기간 방류되는 만큼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제 사 먹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매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반짝 특수’까지 보이며, 현재까지 수산물 판매량은 큰 추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국내와 달리 중국은 오염수 방류에 대해 반일 감정을 강하게 나타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를 세계 각지에서 통용되는 원전의 정상 가동을 통해 나온 배출수와 같이 놓고 말하는 것은 개념을 교묘히 바꾸고 여론을 오도하는 것”이며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달 7일 “적시에 일체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면밀히 주시했다.

중국 현지인들 또한 SNS를 중심으로 일본 상품 불매 운동 호소, 일본 단체여행 예약 취소 등 오염수 방류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중국에서 횟감 등 일본산 수산물은 신선한 상태로 통관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수입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달 수입한 일본산 수산물 가운데 횟감 등으로 사용되는 생선(토막 친 형태는 제외)은 약 2263만 위안(약 41억원)어치로 전월보다 53%, 지난해 동월보다 54% 각각 줄었다. 전체 수산물로 봐도 일본산 수입은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국·홍콩은 일본을 압박하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 소비심리 위축 등의 변화는 크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유통업계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많큼, 이에 세심한 관리와 주의가 필요한 상황임에는 변함없다.

한편, 내년 3월까지 방류할 오염수 양은 3만1200t으로, 이는 2011년 3월 사고 이후 보관 중인 오염수 약 134만t의 2.3%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도쿄전력은 이후 하루에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800t을 바다로 내보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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