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한국 여자 당구의 새 역사가 쓰였다. ‘여자 3쿠션의 베테랑’ 이신영(43)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를 제패했다.

이신영은 14일(한국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세계캐롬연맹(UMB) 제11회 세계여자3쿠션선수권 결승에서 세계랭킹 5위의 니시모토 유코(일본)와 겨뤄 26이닝 승부 끝에 30-18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한국 여자 3쿠션이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른 건 이신영이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이미래가 지난 2016년과 2017년, 한지은이 2022년 각각 해낸 준우승이다. 남자 3쿠션은 최성원이 2014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이신영은 2014년 대회에서 공동 3위를 기록한 적이 있는데, 9년 만에 시상대 정중앙에 섰다. 그는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나오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승의 변곡점은 8강이었다 세계랭킹 1위인 ‘최강’ 테레사 클롬펜하우어(네덜란드)와 격돌했다. 그는 23이닝 승부 끝에 30-14로 제압하면서 4강에 진격했다. 기세를 올린 그는 4강에서도 네덜란드의 미리암 프루임을 30-15(45이닝)로 누르면서 대망의 결승 무대를 밟았다.

니시모토는 지난 2012년, 2014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강자다. 그럼에도 이신영은 결승에서도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초반 6이닝 째에 하이런 6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11-3까지 점수 차이를 벌렸다. 이어 9이닝까지 5점을 더 보태 16-4로 격차를 벌리면서 승기를 잡았다.

후반에도 연속해서 공격을 퍼부어 21-5로 리드했다. 그러나 니시모토도 포기하지 않았다. 14이닝부터 16이닝까지 무려 8점을 몰아쳤다. 이신영은 곧바로 쐐기를 박았다. 21-13으로 앞선 가운데 다시 5점을 추가했다. 결국 28-18로 앞선 26이닝째에 남은 2점을 채우면서 새로운 세계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는 대한당구연맹을 통해 “우승의 기쁨에 애국가까지 흘러나오니 뭉클한 기분이 들어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다”며 “앞으로 좋은 경기력을 유지해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함께 출전한 김하은(충북당구연맹)도 공동 3위에 오르며 세계선수권 첫 출전에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클롬펜하우어를 꺾으며 기세를 탔지만 4강에서 니시모토 유코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한국 선수 2명이 세계여자3쿠션선수권 시상대에 오른 건 처음이다.

김하은은 “좋은 경험을 쌓을 대회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될 줄 몰랐다. 앞으로 더 많이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신영과 김하은은 이번 대회 결과가 반영돼 각각 세계랭킹 2위, 6위로 올라섰다. 이들은 오는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