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박준범기자] “이게 우리 실력.”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대표팀은 22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시 경방성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12강에서 파키스탄에 세트 스코어 0-3(19-25 22-25 21-25)으로 셧아웃 당했다. 그야말로 완패다. 한국은 인도에 블로킹(5-9)과 공격 득점(34-45)에서 밀렸다. 허수봉(11득점)이 분전한 게 전부였다.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 27위인 대표팀은 51위 파키스탄에 덜미를 잡혔다. 대표팀은 이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인도(73위)에 덜미를 잡혔는데, 2차전에서 캄보디아를 꺾으며 분위기를 반전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12강에서는 힘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대표팀은 24일 바레인(74위)과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굴욕이자 참사다. 남자 배구가 인도에 패한 건 2012 아시아배구연맹컵(AVC) 이후 11년 만이었다. 또 남자 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건 1962 자카르타 대회 5위 이후 무려 61년 만이다. 1966 방콕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14개 대회 연속 시상대에 올랐는데, 이번엔 입상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됐다. 2006년 도하 대회 이래 17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겠다는 목표도 산산조각났다.
어느덧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완전히 밀렸다. 27위인 대표팀은 아시아에서 일본(5위), 이란(11위), 카타르(17위) 다음으로 4번째로 높다. 하지만 중국(29위)을 비롯해 아시아 나라들도 실력이 일취월장고 있다. 반면 대표팀은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
경기 후 임 감독은 “(부상 이야기는) 핑계 밖에 되지 않는다. 국제 대회에서 이게 우리 실력이다. 앞으로 많이 준비해야 할 게 많다”라고 말했다. 현실이 된 ‘참사’. 그래서 더 뼈아픈 남자 배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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