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런던=장영민통신원·김용일기자]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떠난 토트넘의 최전방 자리 주인은 확실히 결정된 것 같다. 2023~2024시즌 ‘캡틴’ 손흥민이다.
손흥민이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리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서 멀티골을 폭발, 리그 4~5호 골을 꽂아 넣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으로 2-2 무승부를 거두며 개막 이후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 가도를 달렸다.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독일 무대로 떠난 케인의 빈자리를 초반 3라운드까지는 히샬리송(브라질)에게 맡겼으나 효력을 보지 못했다. 히샬리송 역시 최근 심리적인 문제까지 언급하며 주전 구도에서 밀려난 상태다. 4라운드 번리전부터 손흥민을 최전방에 배치했는데 보란 듯이 그가 해트트릭을 쏘아올리며 날아올랐다. 셰필드와 5라운드에서는 침묵했지만, 이날 최대 라이벌 아스널을 상대로 2골을 펑펑 터뜨리면서 제 가치를 발휘했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초창기인 독일 함부르크 시절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선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엔 10대에 불과했고 이후엔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모두 윙어를 주포지션으로 뒀다. 근래 대표팀에서 최전방 자리를 곧잘 소화했으나 전성기 나이에 빅리그에서 사실상 붙박이 ‘원톱’ 구실을 하는 건 올 시즌이 처음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주장 완장을 단 무게감 만큼이나 그라운드에서도 농익은 골 결정력으로 감독 믿음에 보은하고 있다. 특히 이날 그가 터뜨린 두 골 모두 ‘이적생’ 제임스 매디슨이 어시스트했다. 올 시즌 손흥민과 매디슨과 찰떡 호흡이 눈길을 끄는데,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의 득점 공식으로 불린 ‘손·케인’ 조합을 메우고 있다.
지난 시즌 부상 등으로 부침을 겪은 손흥민은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초반 6경기에서 5골.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8골)에 이어 EPL 득점 2위에 매겨져 있다. 특히 6경기에서 16개의 슛을 시도해 7개를 유효 슛으로 만들었다. 7개 중 5개가 득점으로 연결, 유효 슛 대비 득점률이 71%다.
특히 현재 득점 페이스는 손흥민이 아시아인 최초의 EPL 득점왕에 오른 2021~2022시즌(23골)보다 두 배 빠르다. 당시 손흥민은 6라운드까지 3골만 기록했다. 무엇보다 당시엔 페널티킥까지 도맡은 케인이라는 확실한 골잡이가 있었다. 올 시즌엔 손흥민이 ‘스코어러’ 구실을 하는 만큼 부상 없이 현재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더 빠른 득점 레이스도 기대할 만하다.
또 손흥민은 아스널전 멀티골로 유럽 커리어 통산 200골에 ‘단 1골’을 남겨뒀다. 지난 2010년 만 18세 나이에 함부르크에서 데뷔한 손흥민은 바이엘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 여름 토트넘에 입성했다. 올 시즌 빅리거로 14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전 544경기를 뛰면서 199골(정규리그 149골·컵대회 21골·유럽클럽대항전 29골)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2019년 11월7일 츠베즈다(세르비아)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차범근(121골) 전 수원 감독이 보유한 아시아인 유럽 통산 최다골을 넘어선 적이 있다. 그로부터 4년여 만에 200골 고지를 바라본다.
손흥민은 아스널전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200골 달성 임박’ 얘기에 “여태까지 (만난) 모든 선수, 감독께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이렇게 유럽 생활도 오래할 수 있었고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며 “(평소 기록을) 신경 못 쓰는 데 기자분들이나 팬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경기장에서 최대한 많은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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