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기자]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안정환 MBC 축구해설위원과 절친으로 유명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주대에 입학한 이 감독은 당시에도 뛰어난 실력과 외모로 유명했던 안정환을 처음 만나게 된다.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이 감독은 “정말 잘생긴 친구가 있어서 솔직히 그렇게 실력이 뛰어날 줄 몰랐다. 편견이었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잘생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딱 한 번 부딪혀보고 바로 느꼈다. ‘얘는 다르다,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는데 안정환 앞에서는 절대 안 된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단 한 번에 인정하고 우리 학년의 최고는 안정환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생각하게 됐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이 감독은 “그래도 덕분에 내 분수를 빨리 알게 됐다. 정환이를 만나 현실을 파악했다. 빨리 깨졌기 때문에 프로의 현실과 나의 현주소도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1998년 이 감독과 안정환은 대학 졸업 후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에 나란히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안정환은 신인 시절부터 팀의 간판으로 활약했지만, 이 감독은 2년 차가 된 후에야 출전 기회를 얻었다. 안정환은 2000년 이탈리아로 떠났다가 2008년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이때가 바로 이 감독의 은퇴 시즌이었다. 질긴 인연의 끈이 이어진 셈이다.
지금도 두 사람은 30년 차 오랜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감독은 “사실 정환이는 정말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산 선수다. 나는 화려한 선수 사이에 있던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그 흔한 인터뷰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같은 팀에 있으면 인터뷰는 늘 정환이의 몫이었다.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서운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엔 범접할 수 없는 간극이 있었지만, 이 감독은 축구 지도자로 우뚝 섰다. 지난해 광주의 K리그2 우승 및 다이렉트 승격을 이끌었고, 올시즌엔 팀을 3위에 올려놓으며 차세대 지도자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감독은 “정환이가 우리 경기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연락을 자주 하며 응원도 해준다”라며 “요새는 어디 가서 ‘이정효가 내 친구’라고 자랑하고 다닌다고 말하더라. 뿌듯하고 고마웠다. 힘이 되는 친구”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실제로 안정환은 아시안게임 경기 중계 도중 광주 소속의 정호연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정효 감독이 내 친구”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이 감독은 안정환을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만큼 그의 능력과 재능,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정환이는 그 시대에 태어난 선수인데도 말도 안 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만약 정환이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손흥민, 이강인 정도 급의 선수가 됐을 것이다. 흙바닥에서 뛰고도 그런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입단했거나, 10대에 일찍 유럽으로 건너갔다면 훨씬 훌륭한 커리어를 보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수를 키우는 일에 일가견이 있는 이 감독은 “정환이 같은 선수가 만약 지금 광주에 있다면 나는 정말 우승까지 노려볼 자신이 있다. 그 정도로 엄청난 선수다. 4-4-2 포메이션의 섀도우 스트라이커를 맡기면 진짜 좋을 것 같다. 정환이가 기술이 부각돼서 그렇지 체력이 정말 좋은 선수다. 그냥 뛰기 싫어서 안 뛰었을 뿐이다. 마음 먹고 뛰면 어떤 선수보다 많이 뛸 수 있다. 안 그럴 것 같지만 감독이 요구하는 것도 잘 듣는다. 작전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내가 원하는 축구에 딱 부합하는 선수”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감독은 안정환이 자신의 코치로 일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농담 섞인 말도 꺼냈다. 그는 “정환이 유튜브를 보니까 원포인트 레슨 같은 걸 하더라”라며 “깜짝 놀랐다. 가르치는 재능이 있더라. 가르치는 것도 재능인데 정환이는 딱 포인트를 짚어서 선수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더라. 내 옆에서 코치로 일해 우리 선수들을 가르쳤으면 좋겠다. 정환이가 은근 쓴소리도 잘한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도 잘 잡아줄 수 있다. 내 밑에서 코치로 일하면 딱이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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