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혈맹’ 맞다. 중국은 북한 편이었다. 분위기만 보면 한국이 ‘악당’이었다. 여자농구 남북 대결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한국은 29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올림픽 스포츠 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C조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 북한전에서 81-62의 승리를 거뒀다. 완승이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태국을 90-56으로 완파했다. 북한까지 잡으면서 8강으로 가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했다. 1쿼터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2쿼터부터 기세를 올렸고, 후반 들어 격차를 더 벌리면서 웃었다.
사실 5년 전에는 ‘동료’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단일팀으로 나섰다. 그때 함께했던 로숙영과 김혜연을 이번에는 적으로 만났다. 박진아라는 장신 자원도 등장했다. 신장이 205㎝에 달한다. 198㎝의 박지수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국은 팀으로 북한보다 우위에 섰다. 박지수는 밖에서 적극적으로 공격하며 박진아를 불러냈다. 안쪽에 다른 자원들이 들어가 리바운드를 만들었다. 흐름이 좋았다. 결과적으로 1쿼터만 어렵게 갔을 뿐, 2쿼터부터는 한국의 페이스였다.
이날 한국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장벽도 있었다. 관중이다. 올림픽 스포츠 센터 체육관은 2만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체육관이다. 마침 이날 남북 대결 이후 중국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많은 중국 관중이 한국과 북한의 경기부터 지켜봤다.
육안으로 봐도 1만5000명은 되는 관중들이 모였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들과 응원단도 일부 자리했다. 한국도 응원단이 소규모로 자리했다. 이쪽만 보면 뒤질 이유는 없었다.
중국 관중들이 핵심이다. 일방적으로 북한을 응원했다. 1쿼터 북한이 기세를 올리자 체육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치 중국 경기를 보는 듯했다. 골 하나, 스틸 하나에 환호가 터졌다.
반대로 한국의 득점 때는 조용했다. 2쿼터 들어 한국이 힘을 내면서 역전에 성공하자 경기장은 고요 속으로 빠졌다. 후반은 말할 것도 없다. 간간이 북한의 득점이 나오면 큰 환호와 함성, 박수가 나왔다.
한국이나 북한 모두 원정이다. 낯선 환경에서 경기하는 것은 같다. 그러나 북한은 사실상 홈에 가까운 분위기에서 뛰었다. 상당한 어드밴티지를 안고 경기를 치른 셈이다.
대신 한국이 더 강했다. 언제나 분위기와 실력은 별개인 셈이다. 박지수가 골밑에서 박진아보다 우위에 섰고, 외곽에서 강이슬, 김단비 등이 터졌다. 박지현의 리드도 깔끔했고, 이해란도 안팎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전반적으로 공수 밸런스가 좋았고, 마치 북한의 홈 같은 분위기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북한과 중국 입장에서 보자면 악당이 승리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