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현대캐피탈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현대캐피탈은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개막 후 3연패를 당했다. 개막전에서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0-3으로 졌고, 이어진 우리카드, 그리고 전통의 라이벌 삼성화재와의 맞대결에서도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패했다. 세 경기에서 모두 셧아웃 패배를 당하면서 단 하나의 승점도 얻지 못한 채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단순히 결과만 문제가 아니다.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게 가장 큰 불안요소다. 사실 라인업만 놓고 보면 현대캐피탈은 상위권에 해당하는 팀이다. 외국인 선수 아흐메드는 이미 공격력이 검증된 자원이고, 허수봉, 전광인, 최민호, 박상하 등 모든 포지션에 걸쳐 수준급의 선수들이 포진하고 있다. 당장 지난시즌만 해도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지난시즌 멤버가 거의 그대로 있는데 이 정도로 부진한 것은 뜻밖의 결과다.

우려했던 ‘세터 리스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몇 년간 세터가 취약 포지션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비시즌 동안 세터 영입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현승과 김명관, 두 명의 체제로 다시 시즌에 돌입했다. 주전으로 나서는 이현승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좀처럼 뛰어난 공격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구상과 달리 아흐메드의 공격점유율이 47%에 육박할 정도로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시즌 외국인 선수 중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선수는 레오(OK금융그룹)로 45%를 기록했다. 초반 세 경기에서 아흐메드는 그 이상으로 많은 공격을 때리고 있다. 국내 선수 중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는 허수봉은 세 경기 합쳐 29득점에 그쳤다.

지난 삼성화재전만 봐도 전체적으로 팀이 침체한 모습이었다. 허무한 범실이 나오기도 하고, 홈 관중의 지지를 받고도 상대와의 기 싸움에서 밀려 한 번 밀리면 완전히 무너지기도 했다.

비시즌 기간에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도 부진의 원인이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과 박경민 등 주요 선수들을 국가대표팀에 보내면서 주전으로 새 시즌을 대비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세터가 약점인 팀인데 조직력까지 끌어올리지 못했으니, 시즌 초반에 애를 먹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현대캐피탈이 긴 연패를 당한 적은 몇 차례 있다. 세대 교체 과정에서, 혹은 부상자가 나오면서 몇 차례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개막 후 시즌 초반부터 삐걱거린 사례는 드물다. 심지어 세 경기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정도로 못했던 현대캐피탈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지금의 부진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26일 수원에서 한국전력을 상대한다. 이 경기에서는 반전을 만들어야 한다. 또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거나 연패가 ‘4’로 연장된다면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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