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중국 슈퍼(1부)리그에 또다시 ‘한류(韓流)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다수 팀이 K리그에서 검증받은 한국인 지도자 영입에 발 벗고 나서면서다.
가장 적극적인 팀은 올시즌 슈퍼리그 7위를 기록한 우한 싼전이다. 우한은 지난 9월 제주 유나이티드 사령탑에서 물러난 남기일 감독을 협상 1순위로 점찍었다.<스포츠서울 12월16일 온라인 단독보도> 구단 고위 관계자가 입국해 지난 16일 남 감독과 직접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남 감독은 광주FC와 성남FC, 제주가 2부에서 허덕일 때 모두 1부 승격을 이끌어 ‘승격 청부사’ 별칭을 안았다. 특히 2013년 광주에서 감독대행을 시작으로 올해 제주까지 휴식기 없이 지도자 생활을 할 만큼 K리그 다수 구단으로부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남 감독은 현재 K리그 일부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터라 중국행을 고민하고 있다. 우한은 새 지휘봉을 맡길 한국인 지도자 리스트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남 감독과 협상이 불발될 경우를 대비한 셈인데, 우한 사정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김상식 전 전북 현대, 김도훈 전 라이언시티(싱가포르) 감독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우한 뿐 아니라 올시즌 우승팀인 상하이 하이강도 한국인 지도자로 눈을 돌렸다. 특히 포항 스틸러스의 FA컵 우승과 리그 2위를 이끈 김기동 감독에게 관심을 뒀는데, 그가 FC서울 지휘봉을 잡으면서 무산됐다. K리그1 2연패를 지휘한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에게도 접촉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올시즌 10위에 머문 허난 쏭산은 지난여름 강원FC 감독직에서 물러난 최용수 감독을 새 사령탑 협상 후보군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감독은 지난 2016~2017년 슈퍼리그 소속이던 장쑤 쑤닝을 이끈 적이 있다. 그리고 2016년 리그와 FA컵에서 나란히 장쑤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중국에서 한국인 지도자가 처음 주목받은 건 지난 1990년대 말이다. 고 최은택 전 대표팀 감독이 1997년 옌볜을 이끌면서 부임 첫해 4위(역대 최고 성적)를 달성한 게 시작이다. 이듬해 차범근(선전) 김정남(산둥) 박종환(우한) 이장수(충칭) 감독 등이 최상위리그에서 지도자 생활했다. 이중 이 감독은 충칭을 FA컵 우승으로 이끄는 등 호성적을 내며 ‘충칭의 별’ 수식어를 달았다. 이후 광저우 헝다의 전성기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다가 중국 다수 팀이 ‘축구 굴기’를 내세우며 큰돈을 쓰기시작해 유럽과 남미 유명 지도자쪽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일부 팀을 제외하고는 투자 대비 효용성이 떨어졌다. 파산하는 구단도 늘었다.
한국인 지도자가 다시 관심을 얻게 된 계기는 2015년 박태하 현 포항 감독이 옌볜을 맡았을 때다. 큰 돈을 쓰는 구단은 아니지만 팀을 갑급(2부)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장외룡 감독이 충칭 리판, 홍명보 감독이 항저우 그린타운, 최용수 감독이 장쑤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한류 바람이 불었다.
올해도 유사한 현상이다. 우승은 아니더라도 효율적인 투자로 호성적을 꿈꾸는 슈퍼리그 구단은 비교적 유럽이나 남미 명장보다 몸값이 적은 한국인 지도자를 선호한다. 지난해 최강희 감독이 이끈 산둥 타이산과 서정원 감독이 이끈 청두 룽청이 각각 리그 2위, 4위라는 성적을 내면서 한국인 지도자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변수는 있다. 일부 슈퍼리그 구단은 원하는 성적에 미치지 못할 경우 ‘경질 카드’를 남발하거나, 계약 해지 과정이 깔끔하지 못하다. 과거 사례가 늘어나면서 최근 중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지도자가 이전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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