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제 목소리로만 작품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수어와 음성언어로 만드는 사랑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지난 16일 종영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의 여주인공 정모은을 연기한 신현빈은 이같은 종영소감을 전했다. 동명의 일본 TBS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기타가와 에리코 각본)가 원작인 이 드라마는 청각장애 화가 차진우(정우성 분)와 배우지망생 정모은의 사랑을 그린 정통 멜로물이다.

청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드라마는 남녀 주인공들의 대사보다 눈빛과 표정에 집중했다. 특히 남자주인공인 정우성이 수어와 눈빛으로 소통하는데 반해 여주인공 정모은은 대사, 수어, 연기, 기타, 노래 등을 소화해내야 했다.

그러다보니 모은 역의 신현빈의 역할이 커졌다. 더욱이 남자주인공의 목소리를 지우고 오롯이 신현빈의 목소리로 드라마를 채우는 건 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할 게 많은 배역이긴 하지만 그보다 제 목소리로 앞부분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출연 결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의 소통이 만들어내는 정통 멜로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출연을 결심했죠.”

청각장애가 있는 진우와 소통은 고요 속에서 상대의 눈빛을 바라보며 연기하는 걸 의미한다. 진우 역은 미남배우의 대명사인 정우성이다.

“정우성 선배가 아닌 진우로 바라보고 연기했어요. 서로를 지긋이 응시하는 연기는 지난 13년 연기 생활 중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사람을 집중해서 바라보며 홀로 대화하는건 드문 경험이니까요. 선배의 눈빛에 담긴 감정을 받으며 연기했죠.“

수어는 이 작품의 핵심이다. 농인인 진우는 처음부터 수어에 능숙하지만 진우 때문에 수어를 배우기 시작한 모은은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수어는 직관적인 언어예요. 손짓 하나만으로 다른 단어가 나올 수 있어서 어렵지만 재미있었죠. 현장에 수어 강사가 상주해 외국어를 배우듯 익혔습니다. 어느 시점에서 수어가 어느 정도 늘어나는지, 모은이가 수어를 알아들을 수 있을지 고민했죠. 1부 엔딩은 모은이가 수어를 너무 잘해서 재촬영 때 어눌한 수어로 촬영하기도 했죠.”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완벽하지 않은 연애나 조금 부족한 연인들의 모습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렸다. 그러나 모은의 부모가 가난한 화가이자 청각장애인인 진우를 말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적인 이 드라마의 옥에 티로 꼽힌다.

“오히려 저는 모은이 부모님의 태도가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모은이는 평생 실망 한 번 안긴적 없고 부모님께 믿음만 준 딸이었어요. 그렇기에 부모님도 딸의 선택을 지지해주지 않았을까요. 만약 동생인 모담이가 그런 사람을 데리고 왔다면 부모님 반응은 좀 달랐을 것 같아요.”

극중 모은은 배우 지망생이다. 영화 ‘방가? 방가!’(2010)로 데뷔 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의 장겨울 선생으로 인지도를 얻기까지 긴 무명 생활을 보냈던 신현빈은 모은이 처한 현실에 공감했다. 또, 신인 시절 섰던 무대에 드라마 주연으로 다시 한번 서기도 했다.

“모은이를 연기하면서 ‘저렇게까지 한다고?’라는 생각했는데 배우 커뮤니티를 보니 흔한 일이라 해서 놀랐어요.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았죠. 극 중 모은이와 진우가 방문하고 재회하는 극장이 제가 과거 신인 때 섰던 무대였어요. 극장 이름도 바뀌고 리모델링을 해서 그 때 모습은 없지만 기분이 묘했죠 대역이었던 모은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신인이었던 제가 드라마 주연이 되어 그 자리에 다시 선 것도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했어요.”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최종회 시청률 1.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채널 ENA)로 종영했다. 케이블 방송과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되다 보니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시청률이 전부가 아닌 시대잖아요. 숫자보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새로웠죠. 드라마를 즐겨보는 분들이 많다보니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했지만 이젠 지나간 일입니다. 시청자 분들이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갔다’고 말씀하셨는데 가장 낯선 방식의 드라마임에도 이해해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willow6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