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는 선수가 없다. 이길 수 없어.”
일본축구대표팀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날)가 작심발언에 나섰다. 그는 지난 3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란과 8강에서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역전골’을 내주며 탈락한 뒤 이렇게 얘기했다.
일본은 2015 호주대회 이후 9년 만에 8강의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대회 전 A매치 평가전에서 독일과 스페인 등을 잡고 A매치 11연승을 달리던 일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와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등의 주력 선수들이 대회 초반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걸 감안해도 일본의 8강 탈락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는 일본 선수들은 굳은 표정을 한 채 고개를 숙여 길을 빠져나갔다. 도미야스의 표정에도 착잡함이 묻어났다. 선발 풀타임으로 그라운드에 선 도미야스는 “승리에 대한 열망이 부족했다. 세밀함에서도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뿔뿔이 흩어져 고립되는 등 완전히 밀렸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팀이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없었다고 쓴소리를 냈다. 도미야스는 “팀이 어수선할 때 안 좋은 소리로 다잡는다던가, 끌려가고 있을 때 공격수면 드리블로, 수비수면 공을 뺏어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요소가 없었다. 그 무엇도 변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이번 대회뿐만이 아니다. 팀의 좋지 않은 점이 그대로 다 나왔다. 무언가를 바꾸려고 소리를 내주는 선수가 없었다”고 했다.
사실 일본은 대회 시작 전부터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유럽파인 구보는 시즌 중 아시안컵이 열리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 뭇매를 맞았다. 베트남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4-2 진땀승을 거뒀고, 이라크와 2차전은 1-2 충격패했다. 16강에 올랐지만 경기 당일 이토 준야의 성범죄 혐의 고소 사실이 알려졌다.
팀 분위기에 영향이 없을 리 없다. 퇴출과 철회, 그리고 다시 퇴출을 반복하는 일본축구협회(JFA)의 결정 역시 팀을 흔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일본 매체 론스포는 “이토를 둘러싼 논란은 틀림 없이 팀의 집중력을 깎아 먹었다”고 보도했다.
“선수 한 명이 없다고 해서 팀이 흔들리게끔 선수단을 구성하지 않았다. 전혀 걱정 않는다”고 확신했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었지만, 결국 8강 조기 탈락으로 막을 내렸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