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캔버라(호주)=장강훈 기자] ‘대투수’가 불펜에 들어섰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빠른 시작. 불과 세 번째 턴만에 투구를 시작했다. KIA 양현종(36)이 ‘용의해’를 맞아 절치부심, 이른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양현종은 10일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에서 캠프 시작 후 첫 번째 불펜 투구를 했다.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 등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나란히 불펜에 들어선 양현종은 가볍게 30개를 던졌다. 속구를 중심으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를 두루 점검했다.

2월 중순에 접어들기 전 불펜피칭한 것은 꽤 이례적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봄에 국제대회를 치를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천천히 공을 만졌다. 2013년부터 11연속시즌 100이닝 이상 던졌고, 2014년부터 10연속시즌 170이닝 이상 투구하는 등 통산 2332.1이닝을 던진 ‘철완’이다.

불펜투구를 늦게 시작하는 게 당연하다. 비록 9연속시즌 두 자릿수 승리는 실패했지만 지난해도 29차례 등판해 171이닝을 소화했다. 겨우내 피로를 완전히 회복하고, 여름레이스를 대비해 천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양현종의 루틴. 빼어난 외국인 투수 두 명이 합류했지만, 타이거즈 에이스 지위를 이어가려면 컨디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것도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때문에 예년보다 일찍 불펜투구한 이유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양현종의 답은 짧고 명확했다. 그는 “올해는 개막이 빠르다. 개막전에 컨디션을 맞추기 때문에 (스케줄을) 역산하는데, 지금 불펜을 시작하는 게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올가을 열리는 프리미어12 탓에 3월23일 플레이볼 한다. 지난해 4월1일 개막했으니 열흘가량 당겨졌다. 양현종도 몸을 만드는 일정을 열흘 앞당겼다. 올해 개막일이 4월1일이었다면 양현종의 불펜 투구도 열흘 후에 시작한다. 2월20일이므로 예년과 비슷한 일정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시기가 빨랐을 뿐 ‘대투수’는 자신의 루틴을 잘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 역시 “개막이 빨라서 일찍 던졌다. 첫 투구여서 감각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 컨디션 체크에 중점을 두고 가볍게 던졌다”고 말했다.

이날 양현종과 함께 불펜에 들어선 크로우와 네일은 각각 38개와 51개를 던졌다. 크로우 역시 양현종처럼 루틴에 맞춰 컨디션을 점검하는 것으로 보였다. 첫 불펜투구 때 시속 138㎞였던 구속이 이날은 143㎞로 증가했다.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스위퍼, 커브 등을 두루 던졌는데, 140㎞ 초반인 속구가 꽤 인상적이었다.

네일은 체인지업 장착에 열중하는 모습. 투심과 컷패스트볼을 주로 던지는 네일은 스위퍼 움직임이 괜찮았다. 그는 “KBO리그에서는 체인지업을 던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체인지업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양현종과 크로우, 네일로 이어지는 1~3선발이 40승 이상 합작하면, 타이거즈의 우승도전 전선도 이상없다. 어느 해보다 쟁쟁한 멤버로 시즌을 준비하는 KIA는 대투수의 불펜투구 시작으로 개막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알렸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