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종로=김민규 기자] “한화생명 입장에선 불쾌했을 것이다.”
올시즌 리그 최초 600승·3000킬에 이어 ‘5000 어시스트’ 금자탑을 세웠다. 인성과 실력 모두 ‘월드 클래스’로 통한다. 살아있는 전설 T1 ‘페이커’ 이상혁(28) 얘기다. 승리와 새 역사를 쓰는 등 겹경사를 맞았지만 이상혁은 고개를 숙였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한 반성과 진심을 담은 사과였다. 어떤 사연일까.
이날 승리로 T1은 오는 13일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플레이오프 결승진출전에 진출했다. 다시 한 번 ‘대권’을 정조준하는 중요한 무대다.
과정에 우여곡절을 겪었다. DDos(디도스) 공격으로 리그 운영에 차질을 빚었지만, LCK 측의 발 빠른 대응으로 무리없이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디도스 공격은 T1을 향했고, 선수들의 개인과 팀 훈련에 큰 지장이 발생했다.
연습 부족은 패배로 이어졌다. T1은 지난 4일 열린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상혁은 “디도스 공격 때문에 우리가 연습을 못해 메타 해석에 문제가 생겼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자신이 말했던 취지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승자인 한화생명에 대한 예의가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상혁은 “한화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 내가 ‘디도스 공격으로 연습을 못해 메타해석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는데 우리가 경기력에서 너무 처참하게 졌기 때문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라며 “(발언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많이 했다. 프로 선수로서 많은 분이 우리를 보며 감정이입 할텐데, 패배 석상에서 경기 외적인 요소를 언급한 것 자체가 내 잘못”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크게 배웠다. 지난 인터뷰에서 내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화생명 입장에서 불쾌했을 만한 인터뷰라고 인정한다”며 “많은 팬에게 전달되는 인터뷰는 더 의미있고 깊은 얘기를 전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힘줘 말했다.
자신이 뱉은 말의 무게감을 느끼며 한층 더 성숙해졌다. 이상혁은 “한화생명에 0-3으로 패배했는데 사실 경기력에 놀랐다. ‘빈틈없고 팀워크가 좋다’고 느꼈다”며 “한화생명에 패배하며 많이 배웠기 때문에 디플러스 기아를 제압했다. (한화생명을) 결승진출전에서 다시 맞붙게 된데 감사하고 이번엔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현재는 훈련에 문제가 없을까.
그는 “한화생명전 이후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LCK가 배려해줘 2주 전부터 팀 훈련을 하고 MMR(매치 메이킹 레이트·비슷한 실력의 상대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 계정을 받아 개인 연습도 하고 있다”며 “아직까진 디도스에 공격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다른 팀에 비해 메타 해석이 늦었고, 따라가는 입장이다. 도전자 입장으로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