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황혜정 기자] 서울고 시절 주축 투수로 동기 강백호(KT)와 함께 2017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프로입단에 실패하고 성균관대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은 신의 한 수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구위를 끌어올렸고,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2022년 키움 1차 지명자는 그의 몫이었다.

프로 입단 뒤 2년 간 활약은 미미했다. 대학 때까지 평균 140대 후반을 던지던 강속구 투수였는데, 프로에 온 뒤 구속은 140대 초반에 머물렀고, 지난해엔 제구도 흔들리며 16이닝 동안 23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1차 지명자답지 못한 행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네 차례 구원등판해 4.2이닝을 무실점(8일 현재)으로 막았다. 삼진을 7개나 솎아내는 동안 4사구는 1개도 없었고, 안타는 단 1개만 허용했다. 올시즌 KBO리그 불펜 투수를 통틀어 가장 좋은 활약이다. 키움 투수 주승우(24)가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사령탑도 칭찬일색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주승우가 원주 마무리캠프부터 기술, 심리적인 부분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그 덕분에 공격적으로 투구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두 가지다. 우선 구속이다. 지난 2년간 시속 142~143㎞에 불과하던 속구 구속이 평균 147㎞까지 올랐다. 주승우는 “이승호 투수 코치님과 마정길 불펜코치님께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대학 시절 모습을 찾기 위해 코치님들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고 밝혔다.

코치진이 해준 조언은 오른발에 힘을 강하게 주는 것. 주승우는 “투구할 때 오른발에 힘을 줘서 땅바닥을 눌러야 투구 동작이 잘 만들어진다고 하셔서 힘을 기르기 위해 밴드를 걸고 하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구속 상승 효과가 나타나자 자신감이 생겼다. 덕분에 승부를 피하지 않고 강하게 공을 던져 삼진을 낚아내고 있다.

두 번째는 포크볼 자신감이다. 주승우는 “원래 내 포크볼이 잘 안 떨어졌는데, 이승호 코치님께서 잘 떨어지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속구처럼 강하게 던지되 회전만 걸어주라 하셨다. 완성도는 부족하지만 믿고 열심히 던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주승우는 올시즌 포크볼을 15%가량 배합하는데, 스트라이크 존 상단이나 하단, 또는 하단을 한참 벗어나게 뚝 떨어트려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지난 5일 한화전에서 세 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 처리했는데, 모두 포크볼로 따냈다.

홍 감독은 주승우를 ‘필승조’로 중용할 예정이다. 주승우 역시 “선발보단 짧은 이닝에 폭발적으로 힘을 쓰는게 더 잘 맞는 것 같다. 선발 욕심이 없진 않으나, 지금은 불펜에서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며 웃었다.

키움 마지막 1차 지명자가 드디어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