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끝내 포승줄에 묶여 유치장에 갇혔다. 지난 2020년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에서 4위를 차지하며 국내 트로트 부흥을 이끈 ‘트바로티’의 몰락이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차를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 택시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그는 사고 후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줄행랑쳤고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부탁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 이후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했다.
그의 육촌형인 소속사 대표는 매니저에게 허위자수를 지시했고 소속사 본부장은 차량 블랙박스를 제거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에 대중은 분노했고 판사는 끝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호중 사태는 1980년대 말부터 이어진 한국 연예계 구습의 총체적 집합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울러 갈수록 투명해지고 있는 K팝 시장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연예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매니저 허위자백+17시간 도피, 연예계 구습에 일부 물의 정치인 행태 연상케 해
김호중은 사고 직후 소속사 막내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종용했다. 막내 매니저가 이를 거부하자 다른 매니저가 소속사 대표의 지시로 김호중의 옷을 입고 경찰에 찾아가 허위 자수했다.
2000년대 초반 한 아이돌 그룹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연예 관계자는 김호중 사태를 지켜보며 “과거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가 음주운전을 저질렀을 때 달려가서 대신 자백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는 매니저가 회사의 주요매출원인 연예인을 대신해 죄까지 뒤집어쓰곤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곳곳에 CCTV와 휴대전화 카메라가 있는 2024년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솔직히 자수하고 죗값을 치르는 게 낫다”고 귀띔했다.
김호중의 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지난 24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힘없는 막내 매니저는 처벌받아도 괜찮은 것이냐”고 질책했다.
김호중은 사고 직후 경기도의 한 호텔에서 몸을 숨겼다. 범행 후 경찰의 출석요구를 무시하다 17시간이나 지나서야 출석해 “음주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지난 2010년과 2017년, 뺑소니 사고를 낸 배우 권상우, 방송인 이창명과 같은 수법이다.
당시 검찰은 권상우를 도로교통법 위반혐의(사고 미조치)로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창명 역시 대법원까지 간 재판에서 음주운전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외에도 블랙박스 제거, 전관변호사 선임, 취재진 눈을 피해 경찰서에서 버티기,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며 경찰조사에 비협조하는 모습은 최근 물의를 일으킨 일부 고위 정치인들의 행태를 연상케 한다.
◇강성 팬덤 믿고 공연 강행, 출소 뒤에도 “돌아올 것”…팬들은 유튜버 살해예고까지
범행 정황이 속속 드러났지만 김호중은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 “차만 마셨다”, “공황이 왔다”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그는 지난 18~19일 경남 창원에서 공연을 강행했고 전날 리허설에 불참하면서까지 23일 공연 무대에 섰다. 거액의 위약금을 피하면서 팬들에게 마지막까지 호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김호중은 창원 공연 뒤 팬카페에 음주사실을 시인하며 “조사가 끝나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 같은 글을 썼다.과거와 달리 강성팬덤이 지지해 방송 등 대중 활동이 끊겨도 음반, 공연을 통한 수익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24일 김호중의 구속 영장이 발부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내 ‘김호중 갤러리’의 일부 팬덤은 “김호중을 향한 수사 기관의 날카로운 칼날이 ‘정치권의 이슈를 은폐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빈축을 샀다.
일부 팬들은 이날 김호중이 설 예정인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프리마돈나’ 공연에 김호중을 상징하는 보라색 착장을 한 채 공연장을 찾았다. 일부 과격한 팬들은 김호중의 학교폭력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카라큘라에게 살인예고 글을 남기는 등 ‘선넘은’ 팬심을 보였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