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걸크러시’라는 단어로 곽선영이란 배우를 담기엔 옹색했다. 그는 지난 18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에서 형사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했다.

곽선영이 연기한 TCI(교통범죄수사팀) 반장 민소희는 보험조사관 출신 경력직 경찰 차연호의 멘토다. 그는 로맨스를 빼고 오롯이 직장동료로서 담백하게 차연호의 성장을 도왔다. 팀이 난관에 직면했을 때 정면돌파했다. 빗당겨치기로 거구를 쓰러뜨리는 액션은 알파였고, 각그랜저 드리프트로 선보인 카액션은 오메가였다.

곽선영은 “‘남자들이 주도했던 액션을 여자가 하네’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며 “운동을 많이 했고, 운전을 잘하고, 범인 검거 능력이 뛰어난 형사 민소희 그 자체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 반응이 좋아서 행복했어요.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한 회가 재밌고 아쉬웠던 적이 없었어요. 이전 작품에는 미안하지만(웃음). 정말 처음이었어요.”

곽선영은 ‘크래시’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를 인기 비결로 꼽았다. TCI팀 이민기, 허성태, 문호철, 문희를 비롯, 경찰서장 백현진과 각 회차에서 피해자, 귀신, 식당주인, 가해자 등으로 출연한 심소영 등이 착붙’ 캐릭터로 열연했다.

곽선영은 “배우분들 연기에 감동했고 놀랐다”며 “그 어떤 인물 하나도 가짜 같은 연기가 없었다”고 극찬했다.

오수진 작가가 쓴 대본은 배우에게 감동을 안겼다. 곽선영은 “처음에는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충격이었다”며 “칼 대신 운전대 잡은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는 뉴스로 접했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사건 전개는 물 흐르듯 빨랐다. 보험사기, 뺑소니, 운전자 바꿔치기 등 실제 교통범죄를 기반으로 한 흥미진진한 전개와 주인공 차연호와 얽힌 음주뺑소니 은폐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며 씨줄과 날줄이 엮이듯 스토리가 치고 나갔다. 곽선영은 “실제로도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사건이 해결되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나도 TCI 일원으로 일해보면 좋겠단 생각에 곧장 드라마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촬영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극 중 카체이싱 장면을 찍으면서 희귀한 각그랜저를 폐차해야 할 정도로 사고가 났다. 연습, 리허설까지 수회 반복하면 빈틈없이 했지만, J턴을 하면서 인도와 추돌, 차 측면이 박살났다.

“도로가 통제된 상황이었고, 차선도 워낙 많아서 어렵지 않겠다 싶었어요. 사고가 난 뒤 선글라스가 날아갈 정도였는데 조수석에 있는 무술감독님이 다쳤으면 어떡하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선글라스를 주워 차에서 나왔는데 그때 기억이 없어요.”

박준우 PD가 놀란 곽선영을 진정시켰다. 회의를 열고 촬영을 연기했다. 곽선영은 “나 때문에 촬영이 중단돼 정말 속상했다”며 “PD님은 계속 병원에 가라고 하셨는데, 도저히 갈 수가 없더라. 아픈 것도 몰라 나중에야 병원에 갔다”고 밝혔다.

사고를 만회하기 위해 곽선영은 남편을 상대로 때와 장소를 가르지 않고 업어치기를 했다.

“아이 학교 데려다 주려고 스쿨버스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없어서 옷깃 털어주는 척하면서 멱살 잡고 넘겼어요(웃음).”

시도 때도 없이 남편을 급습했다. “촬영 언제 끝나냐”고 볼멘소리를 늫어놓던 남편은 TV를 본 뒤 “무술 잘하는 사람처럼 나왔다”고 곽선영을 칭찬했다.

‘크래시’는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며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차연호-민소희를 비롯해 TCI팀 완전체도 다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극 중에서는 소희가 연호를 성장시키지만, 실제로는 이민기 씨가 선배로서 많이 도와줬어요. 후배로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요즘 단톡방에서 자연스럽게 시즌2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모두가 한마음이라 꼭 제작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