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승부를 걸 수 있는 마지막 순간 허무하게 위장 공격 판정이 나왔다. 그대로 경기 종료. 28년 만에 한국 여자 유도 올림픽 금메달을 바라봤던 허미미(22·경북체육회)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프랑스 올림픽 한국 유도 첫 메달, 2016 리우 올림픽 이후 첫 여자 유도 은메달을 쾌거를 이뤘다.
허미미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57㎏급 결승전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를 상대로 연장 끝에 석패했다. 세계 랭킹 3위 허미미의 세계 랭킹 1위 데구치를 향한 도전이 패배로 끝났다. 지난 4월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는 허미미가 데구치를 꺾었던 만큼 아쉬움도 컸다.
금메달이 눈앞에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치열했다. 허미미와 데구치는 3분여를 남기고 지도 하나를 주고받았다. 1분50여초를 남기고 데구치가 지도에서 우위를 점했는데 점수는 나지 않았고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에서 허미미는 지도 동률을 이뤘다. 체력에서 앞서면서 쉬지 않고 데구치를 몰아붙였다. 사실상 허미미만 공격하는 흐름이었다. 이 흐름이면 허미미가 마지막 순간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허미미에게 위장 공격 판정이 나왔다. 그러면서 데구치의 승리. 맹렬했던 허미미의 기세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과정과 결과 모두 아쉽지만 허미미는 판정에 승복하듯 데구치와 인사를 나눴다. 첫 올림픽에서 내심 금메달을 바라봤는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2016년 리우 올림픽 정보경(48㎏급) 이후 첫 여자 유도 은메달이다.
허미미는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일본인으로 이중국적자다.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으로서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한국 국적을 선택한 후 승승장구했다. 2023 유도 국가대표 선발전 57㎏급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전에 출전했고 2023 포르투갈 그랑프리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2024 세계 유도 선수권 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유도는 허미미를 앞세워 다시 정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조민선(66㎏급)이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노골드를 이어가고 있는데 허미미가 4년 후 LA에서 다시 금빛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