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30홈런-30도루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만큼 부담일 수밖에 없다. 살짝 주춤하는 듯했다. 대기록을 쓰고 나니 홀가분졌을까. 다시 방망이가 춤을 춘다. KIA ‘슈퍼스타’ 김도영(21) 얘기다.
올시즌 KBO리그를 지배하는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월에는 역대 최초 월간 10-10을 쐈다. 전반기 20-20도 기록했다. 지난 15일 대망의 30-30까지 일궜다.
도루 30개는 이미 7월에 채웠다. 동시에 홈런도 28개 쳤다. ‘홈런 두 개는 시간문제’라 했다. 일단 3일 29호포가 터졌다. 딱 1개 남았다. 여기저기서 ‘30-30’을 말했다. 김도영으로서는 가만히 있어도 귀에 와서 꽂힐 법했다.
그래서일까. 의외로 잠잠했다. 7연속경기 무홈런. 이 7경기에서 타율 0.238에 그쳤다. 홈런이 그렇다. 그 어떤 강타자도 매일 칠 수는 없다. 40홈런을 가정하면, 대략 3~4경기에 하나씩이다. 안 나올 때는 또 한없이 안 터진다. 김도영이 이런 시간을 보냈다.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30호 홈런을 마침내 터뜨렸다. ‘새 역사’를 썼다. 역대 최연소(20세10개월13일), 최소 경기(111경기) 30-30이다.
김도영은 “오늘 하루는 나한테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홈런을 딱 치고 수비 나갔다 오니까 30홈런이 별거 아니었구나 싶더라. 그냥 홈런 하나다. 오늘만 좋아하겠다. 팀이 이길 수 있게 다시 준비하겠다”고 했다.
홀가분한 듯했다. 마음이 가벼워지니 방망이에도 다시 불이 붙은 모양새다. 대기록 작성 다음 날, 9회 적시 2루타를 치며 팀 역전승의 발판을 쌓았다. 17일에는 비거리 135m짜리 그랜드슬램을 쐈다. 두 경기만에 다시 그린 아치다.
아직 감이 완전하지는 않다고 했다. “공은 보이는데 스트라이크·볼 구분이 안 된다. 지금 타격감은 한 60% 정도인 것 같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평가는 박했지만, 중요한 순간 터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0-2에서 1-2로 추격하는 적시 2루타를 쐈고, 5-1에서 10-1로 확 달아나는 만루포를 터뜨렸다. 영양가 만점이다.
‘제2의 이종범’이라 했다.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라운드에 있을 때는 강력했다. 아파서 뛰지 못하니 의미가 없다. 2024시즌은 ‘건강한 김도영’이 얼마나 좋은지 여실히 증명하는 중이다.
30-30을 했으니 40-40 얘기도 나온다. 발은 보장이 된다. 현재 39홈런-41도루 페이스다. 살짝 미치지 못한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몰아치기’에도 꽤 능하다. 두 차례 3연속경기 홈런, 세 차례 2연속경기 홈런도 경험했다. 한 번 터지면 몰아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40-40 안 해도 상관없다. KBO리그 역사상 에릭 테임즈(전 NC) 딱 한 명만 달성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딱 5명만 해냈다. 그만큼 어려운 기록이다. 만들면 대단한 일이지만, 못해도 문제는 없다.
아직 만 20세 어린 선수다. 앞길이 창창하다. 더 놀라운 점이 있다.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만족’을 모른다. “매일 보완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이쯤 되면 무섭다. 김도영의 방망이가 다시 춤을 추고 있다. KIA도 덩달아 신이 났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