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산=함상범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절반을 지난 가운데 ‘OTT의 축제’라는 말이 돌고 있다.
넷플릭스 ‘전, 란’으로 올해 BIFF가 개막작을 선정되며 초반부 이슈를 선점했다. 넷플릭스가 BIFF에 얼굴을 비친지 3년 만이다. 최고의 화제작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가 가져가는 모양새다.
◇부산국제영화제 가장 뜨거운 화제작 ‘전, 란’ ‘지옥2’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맞은편에 위치한 KNN 경남방송 외벽엔 엄청난 크기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넷플릭스 영화 ‘전, 란’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2’다.
아시아최대영화제로 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본거지인 영화의전당 바로 맞은편 옥외광고를 넷플릭스가 차지한 것. 이 광경은 변화하는 한국 영화계의 흐름을 상징한다.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경남방송에 붙은 두 작품 외벽 포스터는 넷플릭스가 단독으로 진행한 홍보물이다. 영화제와 별다른 협의없이 경남방송 건물에 포스터를 붙였다. 상징적인 공간에 대형 포스터가 붙어 영화제와 긴밀한 협의가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넷플릭스의 의지와 투자만으로 생긴 결과다.
이 두 작품은 제29회 BIFF의 화제작으로 꼽힌다. 박찬욱 감독의 모호필름에서 제작한 ‘전, 란’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갑론을박이 있었다. 새로운 창작자와 작품 발굴에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개막작에 오는 12일 공개가 예정된 넷플릭스 영화를 선택한 것이 올바른가란 비판이 많았다.
영화제 측은 ‘전, 란’을 선택한 것에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겸비한 영화로 단연 으뜸이었기 때문이라는 논조를 이어갔다. 국내에서 제작한 영화 신작이 메말라가는 상황에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취재진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지옥2’다. 2021년 공개돼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지옥’의 후속작이다. BIFF 온스크린 섹션에 초청된 ‘지옥2’는 1~3부만 공개하는 GV를 두 차례 열었다. ‘D.P.’ ‘스위트홈’ ‘경성크리처’가 시즌제로 접어들면서 혹평이 심해 우려도 공존했으나, 베일을 벗은 ‘지옥2’는 시즌1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메소드연기’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침범’ 등도 작품성 면에서 호평이 자자했지만, 화제성 면에선 ‘지옥2’가 가장 주목받았다.
한 영화관계자는 “BIFF가 넷플릭스를 적극 받아들이는 걸 비판할 요소가 많진 않다. 영화제에서 심사하거나 초청할 한국 영화의 모수가 너무 줄어들었다. OTT가 아니었다면, 레드카펫은 더 휑했을 것”이라며 “넷플릭스 역시 콘텐츠를 즐기는 대중이 많은 BIFF에 힘을 주는 게 상식적이다”라고 말했다.
◇내년 개봉 상업영화 겨우 20편, 넷플릭스 라인업은 무려 7편
한국 영화계는 신작이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내년 50억원 투자가 넘는 상업영화 라인업은 약 20편이다. CJENM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 없다’ 한 편 뿐이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하면 신작 투자를 줄이고 있는 형태다.
그런 반면 넷플릭스는 무려 7편의 영화가 준비돼 있다. ‘계시록’(감독 연상호) ‘고백의 역사’(감독 남궁선) ‘굿뉴스’(감독 변성현), ‘대홍수’(감독 김병우) ‘사마귀’(감독 이태성) ‘이 별에 필요한’(감독 한지원) ‘84제곱미터’(감독 김태준) 등이다.
김태원 콘텐츠 디렉터는 “내년 넷플릭스 한국영화는 작품성을 높이고 다양성을 넓히려 했다. 다양한 스토리와 포맷으로 관객들을 만났던 창작자들을 통해 작품성을 높이고 신진 창작자들과 함께 신선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