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쌓으며 수차례 금전 요구…재판부 엄중 처벌

“인터넷 도박 등에 사용할 목적, 죄질 불량”

[스포츠서울 | 김수지 기자] 학부모를 상대로 수십억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 학원 원장이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동기)는 지난 8월 23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어학원 원장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학부모에게 “프랜차이즈 본사에 전집 교재 매출을 보여줘야 한다”며 400만 원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당초 A씨는 곧바로 빌린 금액을 상환하며 약속을 지키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몇 시간 뒤 계좌 오류 등을 이유로 재입금을 요구하며 B씨를 속였다.

A씨의 금전 요구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A씨는 동업자의 배신 등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면서 높은 한도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대여금을 갚겠다고 B씨를 설득했다.

이런 방식으로 B씨가 20여 일 동안 A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24억 9000여 만 원에 이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터넷 도박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학부모를 기망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그 죄질이 불량하고, 피고인의 사기죄 전력과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A씨가 빌려 간 돈 중 68%가량을 상환했다는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지만, A씨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유한) 대륜 김진원 변호사는 “변제할 능력이 없는데도 변제할 것처럼 가장해 금원을 차용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신뢰를 악용해 막대한 금액을 갈취한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이어 “약속한 변제일을 연기하는 것도 재산상의 이익이 되므로 이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sjsj112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