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한국 스포츠 최고 인터뷰어로 꼽히는 스토리텔러 오효주가 다시 한번 마이크 대신 펜을 들었다.

10년 넘게 스포츠 현장과 스튜디오를 오가는 오효주 아나운서는 2024시즌 이범호 감독과 KIA 타이거즈가 함께 쓴 1년간의 이야기가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꽤 큰 의미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어 오효주와 인터뷰이 이범호, 두 저자의 생각과 대화, 문장을 통해 2024시즌 한국프로야구 최강의 팀 KIA를 돌아보는 책이 나오는 것은 재미도, 의미도 충분한 새로운 시도가 될 거라고 판단해 틈틈이 책을 준비했다.

KIA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이자 최고 명문 팀이다. 하지만 올해 2024시즌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예기치 않은 큰 어려움이 있었다. 한 해 농사를 위한 시즌 준비의 출발점, 동계 전지훈련을 감독 없이 치르게 된 것이다.

모두를 놀라게 한 악재에서 구단은 이를 깔끔하게 대처하면서 발빠르게 새로운 선장을 구했다. 많은 야구인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린 가운데, KIA의 최종 선택은 이범호였다.

2019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그는 일본, 미국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은 뒤, KIA로 돌아와 스카우트, 2군 총괄 코치, 1군 타격 코치를 역임했다.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아가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기에 언젠가는 감독이 될 거라는 막연한 이미지는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지휘봉을 잡게 될 거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풍랑 속이었지만, 이범호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지 않았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 탄생. KBO리그에 이른바 ‘MZ’ 감독이 나타난 것으로 이는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과도 같았다. 만 42세의 젊은 나이로 최고 인기 구단 KIA 타이거즈의 수장이 된 그는, 2024시즌 10개 구단 감독들 중에서 가장 어린 최연소 감독으로서 선배 야구인들과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일부 미디어와 팬들은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굵직한 역사를 써 내려간 팀이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 속에서 초보 감독을 선임한 것은 다소 무리한 모험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인 이범호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감독으로서는 초보일 수 있어도, KIA맨, 타이거즈맨으로서는 결코 자신이 초보의 입장이 아니라고 봤다. 또한 사람들의 말처럼 자신이 초보 감독이라고 해도 자신과 함께 팀을 이뤄 싸우는 KIA 타이거즈 선수들은 초보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구단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에 두려운 마음이 없었다. 지금 이 선수들과 함께라면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설렘이, 긍정 마인드가 훨씬 더 컸다. 그렇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범호를 감독으로 선임한 KIA의 판단도, 구단의 선택을 받아들인 이범호의 선택도 옳았다. 7년 만의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이라는 열매로 결실을 맺었다. 데뷔 1년 차 루키 감독의 첫 시즌에 쓰인 놀라운 스토리였다.

이 책은 바로 그 스토리의 막전막후를 생생히 옮겨 적은 것이다. 스토리는 이범호 감독의 시선으로, 표현으로 전개되지만 그 안에서 다뤄지는 건 KIA 타이거즈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피, 땀, 눈물과 맞바꿔 얻은 값진 승리와 뼈아픈 패배에 관한 것이다.

혹은 승패 따위의 결과로 간단히 정의할 수 없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던 순간 순간들에 대한 헌사일 것이다. 스포츠 스토리텔러 오효주는 그것을 오롯이 고스란히 한 권의 책으로 옮겨 담는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이범호 감독이 함께 했기에, 우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기에 그 의미는 더욱 강한 빛을 발하게 됐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