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배우 신도현이 가진 도회적 얼굴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175㎝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탓에 들어오는 배역은 죄다 고급스러운 역할이었다. 배우로서 폭넓은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컸기에 남들은 모를 속앓이를 해야 했다.
배우 신도현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나는 왜 화려하고 키 큰 연예인 같은 역할만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을 고쳤다”며 “행복하게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선 나를 찾아주는 작품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을 거듭하며 불만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SBS 드라마 ‘스위치’(2018)를 시작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2021)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최근 종영한 ENA ‘취하는 로맨스’는 신도현이 바라 마지않던 입체적 캐릭터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드라마는 공장형 맥주 ‘라이키’를 만들던 지상주류가 수제 맥주에 눈을 돌리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아름은 ‘결혼과 동시 퇴사’라는 계획을 가진 전형적 회사원이었다. 우연찮게 합류한 지상주류TF팀에서 자아를 찾기 시작한다.
“아름은 무알코올 맥주 같은 삶을 살았죠. 겉으로 보기에만 화려하고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그런 영락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죠. TF팀에서 용주(김세정 분)가 알코올이 없어도 없다고 인정해 주고, 찬휘(백성철 분)에게 사랑받으면서 맛과 향이 가미된 수제 맥주처럼 거듭났죠.”
아름은 기획팀 과장에 머물지 않는다. ‘최연소 여성 상무’가 되겠단 목표를 세우기에 이른다. 이런 성장형 캐릭터는 신도현의 삶과도 맥이 닿아있다.
의지를 갖고 도전한 할리우드 문턱을 단숨에 넘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오며 영어를 일찌감치 준비한 덕분이었다. 코로나 시기, 오디션 테이프를 찍어 넷플릭스로 보냈다. 3차까지 간 비대면 화상 오디션 끝에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내년 1월 30일 방영 예정인 넷플릭스 6부작 ‘더 리크루트’ 시즌2에서 유진 역을 맡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신입 변호사 오웬 헨드릭스(노아 센티네오)가 스파이 세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첩보 스릴러다. 시즌1(2022)은 공개 첫 주에 글로벌 3위(5230만 시청 시간)에 오를 정도로 인기였다. 시즌2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촬영은 올해 초 마쳤다. 캐나다에서 6주, 한국에서 2주간 촬영했다. 신도현은 “모든 게 낯선 환경이었다. 스태프가 다 외국인이었고, 매니저 없이 저 혼자 갔다”며 “말을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여유가 많지 않았다. 우리말은 대사기 틀려도 바꾸면 되지만, 영어는 발음 한 끗 차이로 연기가 달라질 수 있어서 말에 좀 더 집중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이제 ‘편안함’으로 승화하려 한다.
“스스로 아쉬움이 없게끔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이젠 제 연기를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보실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배우로서 목표예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