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성담장’은 사라졌다. 엄밀히 따지면 회귀다. 경기력까지 회귀하면 문제다. ‘시야 방해 민원’이 공식 이유이지만, 단순히 ‘그라운드를 볼 수 있는 시야’에 국한하면 안된다. 체질개선에 성적향상까지 잡으려는 롯데 자이언츠 얘기다.

롯데는 최근 통곡의 벽처럼 느껴졌던 부산 사직구장 외야 펜스를 원래대로 바꿨다. 발빠른 중장거리형 타자가 많은 선수 구성을 고려해 2021년 펜스를 6m로 높인지 3년 만에 4.8m로 되돌렸다. 높은 담장은 펜스 상단을 맞고 떨어지는 타구가 많았던 탓에 경기 흐름이 바뀌는 등 변수로 작용했다.

문제는 ‘발빠른 중장거리형 타자’들이 수비에서 제 몫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황성빈 윤동희 같은 젊은 자원이 지난해부터 급성장했지만, 리그 정상급 수비력인지에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윤동희처럼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한 선수도 있지만, 팀 수비 전체를 볼 때 롯데는 리그 상위권으로 보기 어렵다. 개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펜스 높이가 아닌, 디테일의 문제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에도 외야 자원을 많이 쓰지 않았다. 주전 삼총사를 정하면, 대타나 대주자 등 스페셜리스트 한두 명을 추가하는 정도였다. 1군 엔트리 외야에 6명가량 두는 게 일반적인데, 김 감독은 한 때 외야수 네 명으로 시즌을 치르기도 했다.

KIA 김기태 전 감독은 “김태형 감독의 뚝심도 빼어나지만, 외야수 네 명으로 시즌을 치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며 “외야수들의 기본적인 수비능력도 좋지만, 이들을 받치는 내야진의 기량이 워낙 빼어나 가능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왕조 시절’의 두산은 ‘국대 내야수’를 보유했다.

외야로 향한 타구는 어떤 형태로든 내야로 돌아와야 한다. 태그업 플레이, 컷오프 플레이 등 후속처리는 시간 단축이 생명이다. 80~90m를 라인드라이브로 던질 수 있는 외야수가 있느냐와는 별개 문제라는 의미다. 내야진이 외야수들의 송구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느냐, 또 외야수가 얼마나 빠르게 내야로 볼을 전달하느냐가 득점과 직결된다.

황성빈과 윤동희, 빅터 레이예스 등이 버티는 외야라인은 수비범위와 기동력 등은 다른 팀과 견줘 손색없다. 그러나 내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노진혁 등 베테랑 내야수들도 올해는 물음표를 남긴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우승팀 KIA 내야진과 비교해도 ‘비벼볼 만하다’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 드러난 실책 수가 수비력을 대변하는 게 아니어서다.

담장을 낮추는 건 공격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상대팀 공격력도 ‘성담장’ 때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낮아진 담장 높이보다 수비 디테일이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멀리치는 것’보다 ‘낮고 빠르게 연결하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할 롯데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