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SBS가 넷플릭스와 6년간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OTT 웨이브로 묶인 지상파 연합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SBS가 넷플릭스와 맺은 계약 주요 내용은 올해부터 신작 드라마의 국내·외 공급, 신작 예능·교양 프로그램의 국내 공급, 올해 하반기부터는 일부 드라마의 글로벌 동시 방영권도 제공 등을 골자로 한다.

하나증권은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이용자(MAU)가 약 1160만명으로 웨이브(425만명)의 약 3배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연간 50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SBS는 드라마에 전사적으로 투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금토드라마를 유지해온 SBS는 올해 봄부터 월화드라마를 부활한다. 육성재·김지은의 ‘귀궁’(4월)을 시작으로 ‘사계의 봄’(6월)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8월) ‘키스는 괜히 해서’(10월) 등을 잡아놓은 상태다. 연간 제작편수는 2018년 이전 20편에서 지난해 10편 미만으로 줄었으나, 올해부터 최소 13편 이상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편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BS의 이런 독자 행보에는 대내외적인 위기감이 작용했다. 지난 2023년 MBC가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다큐 ‘나는 신이다’ 예능 ‘피지컬100’(2023) 등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며 글로벌 흥행을 도모한 바 있다. 이때부터 SBS 내부에선 유통망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방문신 SBS 사장은 새해 신년사에서 “넷플릭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은 선제적 위기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디즈니플러스와 연간 3편 이상의 드라마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해외 수익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김지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대형 글로벌 유통망을 의미 있게 확보했다는 점에서 양질의 중소형 규모(회당 20억원 미만) 드라마 기획안은 SBS에 쏠릴 것”이라며 “브랜드 홍보를 위한 PPL 등 고마진 부가수익 증가와 헤게모니 확대에 따른 제작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비상경영까지 갔던 SBS는 2027년 내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 시가총액 1조원 돌파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반면 토종 OTT 웨이브-티빙 합병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국내 지상파3사가 연합해 만든 웨이브는 사실상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티빙과의 합병도 기대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지상파가 각종 규제와 자본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해관계자가 많아 합병이 지연돼 실기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매듭짓지 못한 웨이브-티빙 합병에는 KT(티빙 지분 13.5%)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게 컸다. 티빙 지분 48.8%를 가진 CJ ENM이 최대주주, 웨이브 지분 40.5%를 가진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될 상황이었다.

합병에 관계된 방송사 한 관계자는 “합병이 되면 KT가 SK에게 좋은 일을 해주는 형국이라 시간을 끈 면이 있다. 이런 경쟁 관계 때문에 지난해에도 합병이 어렵다고 봤다”며 “SBS의 탈출로 웨이브가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 탄핵 정국이라 정부가 나서서 조율하기도 어려워 합병이 불확실성의 위기에 놓였다”고 전망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