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11년 만에 인터뷰를 하면서 많은 고민도 컸습니다. 적절한 시기를 찾아서 신중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정장을 말끔하게 입은 최승현(탑)의 얼굴은 경직돼 있었다. 무려 11년 만의 인터뷰다. 목소리는 떨렸다. 동공도 조금씩 흔들렸다. 운을 떼자마자 분위기는 한 순간에 극도의 긴장을 일으켰다.

최승현은 2017년 대마초 흡연이 발각돼 징역2년, 집행유예 10개월을 받았다. 의무경찰 복무 중일 때였다. 반성을 해도 모자를 판에 자신을 비난하는 네티즌과 싸웠다. 그 과정에서 나온 “저도 복귀할 생각 없다”는 말도 했다. 대중은 은퇴 선언으로 인식했다.

무려 8년 동안 자의적 타의적으로 자숙했다. 그러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누구나 선망하는 작품에 마약범이 출연한다는 것에 반발이 컸다. 약 2년 넘는 시간 지속적인 비난에 시달렸다. 탑은 한 번은 사죄를 해야겠단 마음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최승현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제가 넷플릭스 관계자에게 부탁을 드려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그동안 소통의 창구가 없었다. 경솔하게 SNS에 글을 남긴 이후로 수습을 하지 않았다. 단추가 잘못 끼어진 상태에서 한도 끝도 없이 오해가 오해를 낳았다. 만나뵙고 사죄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간에는 명분이 없었는데, 이제는 작품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가요계에 빅뱅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로 지어진 빅뱅의 멤버였다. 2006년 데뷔해 찬란한 시절을 거쳤다. 메가 히트곡을 쏟아냈다. 남녀노소 빅뱅을 사랑했다. 키 크고 잘생긴 최승현은 충무로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다. 시대를 풍미한 스타가 됐다.

2017년 대마초 흡연이 적발되면서부턴 추락과 몰락의 시간을 거쳤다. 스스로 지옥을 경험했다고 했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 단숨에 무너진 인생을 살았다. ‘오징어게임2’가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할 때도 최승현은 배제돼 있었다. 엄청난 용기를 내 대중 앞에서 선 것이다.

“20대 때 찬란한 영광을 누렸어요.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너무나도 큰 실수를 저질렀죠. 제가 겪어보지 못한 추락과 몰락을 겪었어요. 어둠의 끝까지 간 것 같아요.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고, 일어나보니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도 줬어요.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며 피폐하게 살아왔어요. 제 과오가 너무 커 평생 후회하고 죄송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논란도 많다. 캐스팅 단계에선 ‘인맥 캐스팅’이 문제가 됐다. 친분이 깊은 이병헌이 추천했다는 말이 돌았다. 이병헌의 이미지에도 상처가 생겼다. 예고편이 공개된 후에는 마약범에게 기회를 줬다는 것에 비난이 나왔다. 작품이 공개된 후엔 연기력 논란이 있었다. 너무 과장됐다는 평가다.

“인맥 캐스팅 논란도 있었고, 계속 잡음이 나왔어요. 저란 사람이 이렇게 위대한 작품에 피해를 드리는 것 같아서 속상한 마음이 컸습니다. 저 때문에 오해받은 선배님들에게도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죄송스러웠어요.”

비난을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은 없다. 최승현은 ‘오징어게임2’ 출연 과정에서 메가톤급 비판을 받았다. 잘잘못을 떠나 버거운 시간이었다. 연기의 기회를 얻는다면, 또 참여하고 싶을지 궁금했다.

“해보고 싶습니다. 이보다 더 큰 뭇매를 맞진 않을 것 같아요. 사람들과 협동하면서 한 작품을 만드는 것에 희열이 있었어요. 기회를 주신다면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단단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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