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LG는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KIA를 통합우승으로 견인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따낸 장현식(30)을 4년 총액 52억원에 영입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장현식을 올시즌 마무리투수로 기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기나긴 정규시즌을 치르다보면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지만, LG의 올시즌 구상에는 마지막 투수로 장현식이 가장 위에 있는 게 공식이 됐다.
지난해 75경기에서 75.1이닝을 던진 장현식은 세이브는 없지만 홀드 16개를 따내며 불펜 필승조로 팀 우승을 견인했다. 투구패턴이 단조롭고 한 번씩 영점이 틀어지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과 빠른 변화구를 보유한 점은 마무리 투수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나름 철저한 관리 속 풀타임을 소화했으므로, 피로도가 많이 쌓이지 않은 점도 LG가 장현식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팔꿈치 미세골절로 수술 후 재활 중인 유영찬, 자존심 회복을 위해 개인훈련을 자처한 정우영 등 젊은 셋업맨들의 ‘불확실성’이 FA 장현식 카드를 손에 넣은 또다른 요인으로 보인다. 유영찬이 성공적으로 복귀하고, 정우영이 구위를 회복하면, LG는 ‘지키는 야구’ 시절의 삼성이나 ‘벌떼 마운드’ 시절의 SK를 연상케하는 강력한 불펜을 보유하게 된다.
때문에 메이저리그(ML) 도전을 이어가는 고우석(26·마이애미)의 이름이 떠오른다. 투수 분업화 시대이자 국내 선발진의 성장이 더딘 KBO리그 특성을 고려하면 ‘검증된 마무리 투수’는 한 명이라도 더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 삼성이 터줏대감인 오승환을 보유했음에도 김재윤 임창민 등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투수를 수집한 것도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LG가 고우석을 다시 영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이 ML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형태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마이애미는 28일(한국시간) ML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명단을 발표했는데, 더블A 펜서콜라에 몸담은 고우석이 포함됐다.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있는 로저 딘 파크에 캠프를 차리는 마이애미는 내달 13일 투·포수를 소집한다.
고우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ML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생존 경쟁을 시작한다. 내달 23일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에서 구위와 경기운영 능력, 홀드 또는 마무리 능력을 뽐내야 비로소 실낱같은 희망을 건질 수 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와 2년 계약을 맺고 ML 진출 꿈을 키운 고우석은 시범경기 부진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개막 한 달여가 지난 5월5일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됐고, 트리플A 잭슨빌과 더블A 펜서콜라 등을 전전하며 마이너리거로 한시즌을 치렀다.
트리플A에서 2승1홀드 평균자책점(ERA) 4.29를 남긴 고우석은 방출대기 후 잔류를 선언해 계약을 맺은 펜서콜라에서는 2승2패2세이브 ERA 10.42로 썩 좋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반등기미를 보이면 꿈에 그리던 ML무대 데뷔를 바라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짐을 싸야 한다. LG는 이미 샐러리캡을 초과해 고우석을 영입할 룸이 없어 보인다. 미국내 다른 팀을 찾거나, 낮은 가격으로 돌아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면초가에 놓인 고우석이 보란듯이 재기의 날개를 펼지 관심이 쏠린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