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의 죽음을 둘러싸고 직장 내 괴롭힘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가해 의혹이 있는 선배 기상캐스터와 나눈 대화가 공개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서 선배로 추정되는 인물 A는 오요안나에게 다그치는 모습이 담겼다.

A는 오요안나에게 “야 이쯤 되면 너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냐. 안나야. OO한테는 주 초에 얘기했다며? 선배들 일하는 시간이고 나 심지어 메이크업도 안 받고 와서 준비하는 시간인데 생각을 못 했어? 너 진짜 여기 혼자 일해? 너 진짜 선배한테 개념 없는 게 진짜 미안하긴 한 거야? 매번 미안하다고 말하고 계속 그러는 건 일부러 그러는 거야 너”라고 지적했다.

그는 “야 진짜 니가 대선배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지” “후배님이 촬영하셔서 메이크업 안 한 선배가 나가야 하냐? 앞에 OO이도 방송하러 왔는데. 말 한마디라도 했어?”라며 질책했다.

이에 오요안나는 “불편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하다. 반성하고 이런 일 다신 없게 하겠다. 정말 죄송하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통화 녹취록도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B는 “야 너 뭐야, 지금?”이라며 “너 지금 말투가 뭐야? 나랑 지금 뭐 하자는 건데?”라고 물었다. 이에 오요안나가 “네? 네? 제 말투가 왜요?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그는 “야, 내가 너랑 더 얘기하기가 싫어가지고.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간 건데. 너 진짜 해도 진짜. 야. 선을 넘어도 정도껏 넘어야지”라고 물었다.

퇴근한 뒤 다시 회사로 부른 정황도 보였다. 오요안나가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는지 잘”이라고 말하자 B는 “그러니까 어떤 것 때문에 그러는지 얘기해 주려고 회사를 오라고 하는 거니까”라고 했다.

B가 “선배가 네 친구냐고”라고 묻자, 고인은 “아니죠”라고 하자 “너 나랑 지금 전화로 말싸움 할래?”라고 묻는 등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오요안나가 “오늘은 정말 안 된다. 스케줄이 있다”며 “약속을 해놓은 게 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지만, “너 나한테 오늘 사과하려고 남은 거 맞아?” “너 나한테 죄송했어? 미안해?”라는 등 재차 질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A와 B가 동일인물인지 다른 인물인지는 현재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질책에 힘들었는지 고인은 자신의 일기장에 신세를 한탄하는 글을 적기도 했다.

2022년 10월 20일로 추정되는 글에 그는 “마침내 1년 만에 ‘뉴스투데이’를 그만두게 됐다. 서럽고 억울하기만 했던 시간들을 지나 나는 지금 강해졌다”며 “이제는 더 이상 늦을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깨어날 때 몇 시인지를 몰라 절망하지 않아도 되고 저녁 약속이 늦어질 때 식은땀 흘리며 혼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적었다.

한편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15일 목숨을 끊었고 최근 원고지 17장, 총 2750자의 유서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유서 내용에는 먼저 입사한 동료 기상캐스터가 오보를 낸 후, 고인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웠다는 내용이 담겼다.

뿐만 아니라 오요안나가 2022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을 제안 받자, 가해자들은 폭언 등을 하며 비난했고 고인의 실력 등을 문제 삼으며 오랜 시간 비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socool@sportsseoul.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