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최승섭기자] 지난해 7월 31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KIA의 경기 9회로 돌아가 보자.
두산은 이미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30점을 뽑은 상황.
6-30으로 뒤진 KIA는 이미 8명의 투수를 소진했고 점수 차가 벌어진 만큼 투수진을 아끼기 위해 외야수 박정우를 9회 초 마운드에 올렸다.
박정우는 2017년 신인으로 KIA에 입단해 줄곧 외야수로 뛰었던 선수다.
KIA의 백기에 두산 타자들도 100%로 상대하지 않았다. 김재환은 2루수 땅볼로, 강승호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음 타석에 8회말에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 권휘가 들어섰다.
야수가 투구를 하고 투수가 타석에 서서 맞대결을 펼치는 진기한 장면이 일어난 것이다.
권휘는 초구 2개를 지켜본 뒤 벤치 작전에 따라 공 세 개에 헛스윙을 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다.
박정우는 이 삼진으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이날 KIA 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삼자범퇴를 달성했다.
9회말 선두타자로 박정우가 나오며 권휘에게 설욕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권휘의 148km 직구에 박정우의 방망이가 돌아갔고, 중견수가 처리했다.
두 선후배의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박정우는 권휘의 덕수고 2년 선배다.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