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체감온도가 종일 영하권인 날이었지만 상암벌 열기는 ‘막전막후’로 뜨거웠다. ‘연고 이슈’를 두고 프로축구 최상위리그에서 역사적인 첫 맞대결을 벌인 FC서울과 FC안양은 미래 지향적으로 선의의 라이벌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하나은행 K리그1 2025’ 2라운드에서 격돌한 서울과 안양은 불꽃 튀는 승부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서울의 홈 개막전으로 열린 이날 4만415명의 구름 관중이 집결했다. 리그 역대 홈 개막전 최다 관중 2위(1위는 2024년 3월10일 서울-인천전 5만1670명)에 해당한다.

예고된 열기였다. 안양은 서울의 전신 안양LG가 2003년 말 럭키금성 시절 연고지인 서울로 복귀를 선언한 이후 탄생했다. 연고지 팀을 잃은 안양 축구 팬이 창단 운동을 벌였고 2013년 시민구단이 탄생했다. 안양은 지난해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12년 만에 1부 승격에 성공, 이날 서울과 리그에서 첫 맞대결을 벌였다.

검붉은 유니폼의 서울, 보라색 유니폼의 안양 팬이 시작 전부터 장외 응원전을 벌였다. 서울 서포터 ‘수호신’은 킥오프를 앞두고 장내에서 럭키금성이 창단한 연도를 의미하는 ‘1983’을 새긴 대규모 카드 섹션을 펼쳤다. 안양 팬이 주장하는 ‘연고 이전’ 비난에 ‘연고 복귀’라는 걸 알리려는 메시지다.

안양 유병훈 감독은 “팬의 한을 잘 승화시키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서울 김기동 감독은 “안양이어서 신경쓰이는 건 없다”며 냉정함을 강조했다.

예상대로 서울의 창, 안양의 방패가 뜨겁게 맞붙었다. 전반을 득점없이 마쳤는데, 승부를 가른 건 후반 킥오프 2분 만에 나온 ‘럭키 골’. 안양의 리영직이 자기 진영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걷어내려던 공이 달려든 서울의 주장 린가드 발에 맞고 골키퍼 키를 넘겨 골문을 갈랐다. 행운의 득점이나, 린가드의 쇄도 타이밍 등이 어우러진 득점이다. 기세를 올린 서울은 후반 33분 루카스가 환상적인 시저스 킥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안양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 야잔의 백패스 실수 때 최성범이 낚아채 단독드리블을 거쳐 집념의 오른발 만회골을 넣었다. 승부는 서울의 2-1 승리로 끝났지만 안양도 박수받을 경기였다.

우려한 양 팀 팬끼리 충돌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라운드의 선수도 존중의 분위기였다. 경기 직후 양 팀 서포터를 향해 인사도 했다. 리그 사상 첫 ‘연고 더비’는 전쟁 분위기로 막을 올렸지만 끝은 선의의 경쟁자로 나아갈 조짐을 보였다. 양 팀은 5월6일 안양의 안방인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두 번째 대결을 벌인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