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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투자 성과가 확실하다. 올시즌 첫 대회부터 ‘우승’을 품고 시작한다. 더군다나 ‘초대 챔피언’ 타이틀이다. 신설 ‘LCK 컵’ 정상에 오른 한화생명e스포츠 얘기다. 다시 돌기 시작한 한화생명 ‘우승’ 시계가 이제는 멈출 줄 모른다. 이 바통을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가 이을 수 있을까.
한화생명은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롤 파크에서 열린 ‘2024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컵’ 결승에서 ‘강적’ 젠지를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한화생명은 지난해 LCK 서머에 이어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여기에 올해 신설된 LCK 컵 ‘초대 챔피언’의 영광도 안았다.
6년이 넘게 걸렸다. 그 이면에는 모기업 한화그룹의 아낌없는 투자 덕분이다. 한화생명은 2018년 인수(락스 타이거즈) 창단 후 숱한 좌절을 경험했다. 한때는 선수 육성에 기조를 두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국내 대회에서조차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국제 대회는 2021년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무대를 밟아 ‘8강’에 올랐지만 그뿐이었다. 2022·2023년에는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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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큰 손’이었다. 2023년 ‘바이퍼’ 박도현, ‘제카’ 김건우 등 롤드컵 우승 멤버로 팀을 꾸렸다. 2% 부족했다. 지난해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딜라이트’ 유환중을 영입했고, 마침내 인수 창단 6년 만에 LCK 정상을 밟았다.
2025시즌을 앞두고 2년 연속 롤드컵을 제패하며 새 T1 왕조를 세운 주역 ‘제우스’ 최우제를 영입하며 전력을 더 보강했다. ‘제·피·제·바·딜(제우스·피넛·제카·바이퍼·딜라이트)’ 파괴력이 첫 대회부터 터져 나온 셈이다. 특히 새로 합류한 최우제가 맹활약하며 LCK 컵 파이널 MVP에 올랐다. 확실한 투자가 만든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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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KBO리그로 시선이 향한다. 한화그룹이 운영 중인 또 하나의 스포츠 구단 한화 이글스다. 한화 역시 수년 전부터 ‘윈 나우’를 준비해왔다. 한화는 ‘캡틴’ 채은성(35)을 시작해 FA 시장 큰손으로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올시즌을 앞두고 투수 엄상백(29), 내야수 심우준(30)을 FA로 영입, 전력을 더욱 보강했다.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올해 한화를 ‘5강 전력’으로 꼽는다. 지난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한화 선수단은 신인, 베테랑 가리지 않고 “올라갈 때가 됐다”며 가을야구를 확신했다. 한화생명도 인수 창단 6년 만에 우승 역사를 썼는데, 이글스가 못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구단주 김승연 회장이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것도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1999년 한국시리즈(KS) 우승 후 멈춰버린 이글스의 시계. 올해 26년 만에, 그것도 새로 문을 연 최신식 구장에서, 간절했던 우승 한(恨)을 다시 풀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