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두산 최원준(31)이 변했다. 과감한 변신으로 3년간 잃어버린 ‘10승 투수’ 지위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가장 달라진 건 마음가짐. “개인훈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힌 최원준은 “보직보다는 지난 2년간 부진을 만회하는 게 중요하다. 팀이 신뢰할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시즌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2017년 1차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그는 어느덧 베테랑 대열에 합류했다. 2020년 10승2패 평균자책점 3.80으로 생애 첫 10승투수 대열에 이름을 올렸고, 2021년에도 12승(4패) 평균자책점 3.30으로 ‘국가대표’ 지위도 받았다.
그러나 2022년 승운이 따르지 않아 8승(13패)에 머물렀고, 2023년부터 2년간 9승(17패)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는 11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6.46으로 추락했다. 여러 부상이 발목을 잡았지만, 구위가 실종된 게 부진 이유로 꼽혔다. 자동 볼판정시스템(ABS)이 잠수함 투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실종됐다.
22일 일본 미야자키에서 치른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와 평가전은 최원준의 변신이 도드라진 경기였다. 홈런 한 방 맞았지만, 패기가 느껴지는 투구로 ‘완전히 달라진 나’를 보여줬다.


가장 눈에 띈 대목은 팔 높이. 외국인 투수 잭 로그보다 더 높은 팔 각도로 보일 정도였다. 사이드암으로 시작해 시즌 중반이면 언더핸드로 보일만큼 상체가 숙여지던 최원준이 스리쿼터에 가까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스에서 45일가량 개인훈련한 결과를 첫 실전에서 뽐냈다. 포수 뒤에 설치된 구속 측정기에는 시속 144㎞까지 찍혔다.
스트라이드 폭도 줄었다. 잠수함 계열은 골반을 최대한 포수쪽으로 밀고 나간 뒤 회전해야 힘을 받는다. 스트라이드가 길 수밖에 없다. 팔꿈치가 어깨보다 위에 있으니, 코어 근육을 쓰는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보폭을 줄인 대신 정렬에 신경쓴 듯 왼 무릎이 좌타자 배터박스 쪽으로 열리는 듯한 자세가 사라졌다. 포수 시선으로 바라보면 척추각이 좌우로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느낌이다.


일단 볼 움직임은 좋다. 특히 주무기인 스플리터 각이 지난해와 완전히 달라졌다. 상하 무브먼트가 향상됐으니, 떨어지는 변화구 각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유의 하이 패스트볼도 미트를 차고 들어오는 힘이 강해 보였다.
최원준은 “투구폼을 포함해 메커니즘 변화에 공을 들였다. 구속도 시속 148㎞까지 나왔는데, 평균 145㎞는 던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제 그만 부진할 때도 됐다”는 말로 시즌 각오를 대신했다. 두산 선발진에 강력한 ‘조커’ 하나가 추가됐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