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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한국인 메이저리거들도 일제 기지개를 켰다. 익숙한듯 낯선 모습이어서 오히려 기대감을 높인다.
메이저리그는 21일(한국시간)부터 시범경기를 시작했다. 애리조나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샌프란시스코와 LA다저스 역시 실전으로 감각 깨우기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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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수술 후 거의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이정후(27)도 9개월여 만에 실전을 치렀다. 이정후는 23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와 시범경기에서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전했다.
지난해 5월13일 신시내티 전에서 펜스플레이 도중 왼어깨를 다친지 289일 만의 실전. 그런데 리드오프가 아닌 3번타자로 ‘비공식 복귀전’에 나섰다.
이정후는 키움 시절 클린업트리오에 포함됐던 강타자. 메이저리그(ML)에서는 남다른 콘택트 능력과 ‘발야구’로 공격 첨병인 테이블세터로 주로 기용됐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타선 연결성 강화’를 화두로 꺼내들며 이정후를 중심타선에 포진시킬 수도 있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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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거리형 타자인데다 인필드 타구가 많은 이정후의 특성을 고려하면, ML에서도 중심타선을 맡을 만하다는 게 멜빈 감독의 생각. 9개월 만의 실전 첫 타석에서 멜빈 감독의 생각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1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텍사스 선발 타일러 말리를 맞이한 이정후는 초구를 받아쳐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실전공백이 긴 만큼 살아있는 공에 대한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스윙 한 번에 보란듯이 안타를 뽑아내 탄성을 자아내게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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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번째, 세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과 1루 땅볼로 돌아섰지만, 반응속도나 스윙은 꽤 좋아보였다. 훈련을 많이 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움직임이어서 개막까지는 정상 페이스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ML 데뷔시즌을 기다리는 김혜성(26)도 경쾌한 몸놀림으로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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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은 이날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 시범경기에 7번타자 유격수로 선발출장했다. 내야 유틸리티로 분류되는 만큼 ‘수비의 핵’인 유격수에서 움직임을 지켜보기 위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의중이 엿보인 기용.
시범경기 데뷔전인 21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2루수로 나선 점을 고려하면, 그의 활용폭을 두고 코치진이 다양한 테스트를 한다는 인상을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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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와 주루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타격보다 중요한 시점. 김혜성은 1회초 프레디 퍼민의 시속 170㎞짜리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지만, 이후 수비에서는 특유의 경쾌함으로 가능성을 증명했다.
특히 3-유간 타구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장면은 “빠른 풋워크와 강한 어깨를 가진 선수”라는 현지 중계진의 찬사를 끌어냈다.
픽오프 플레이까지 기민하게 대처하는 등 ML 분위기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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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시즌인 이정후와 데뷔 시즌인 김혜성 모두 아직 호쾌한 타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 그라운드에서 경쾌한 움직임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부정보다 긍정 시그널이 더 많은 시범경기 초반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