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캐릭터를 만났을 때 나와의 교집합이 무엇일지 많이 생각해 봤어요. 거울의 진취적인 모습과 능청스러움이 저랑 닮은 거 같아요.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명단 달라고 하는 게 보통 용기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경수진은 진취적이다. 어려움을 만났을 때 물러서는 법이 없다. 영화 ‘백수아파트’의 주인공 거울도 마찬가지다. 층간소음으로 시작된 미스터리를 자신만의 해법으로 풀어나가는 모습은 우리가 예능에서 봐온 그의 모습과도 맥이 닿아있다.

이번 영화로 첫 주연을 맡은 경수진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이 시나리오 봤을 때 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열정을 쏟아부었다”며 “영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했다. 첫 주연이기도 했기에 열정 없이 안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백수아파트’는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백수 거울이 새벽 4시마다 아파트에 울려 퍼지는 층간 소음의 정체를 찾기 위해 이웃들을 조사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코믹 추적극이다.

경수진은 “거울의 엉뚱한 매력이 있지 않나. 이상한 여자가 이사를 왔는데 ‘벌써 그게 소문이 났냐’고 되묻는 엉뚱함이 있다”며 “추리력으로 사건 해결을 해나가고, 리더십을 갖고 있는 게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거울은 ‘안전’에 있어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조카의 사고사 이후 생긴 습관이다.

“층간소음을 잡으면 아파트 주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죠. 거울은 자신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더 위험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이걸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결심했어요. 조카를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이 있기 때문이죠.”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건 인간 경수진일 때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월급을 받지 못했을 때도 누구보다 먼저 나서 이를 해결하려 했다.

경수진은 “열심히 일했는데 돈을 받지 못한 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파업을 주도했다”며 “누가 나서서 말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에 대한 자기 생각도 밝혔다. 경수진은 “이는 이웃 간의 소통 부재로 인해 일어난다.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서로 연락하지 못하고 살다 보니 더 각박해졌다”며 “백수아파트 주민처럼 단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070으로 시작하는 비상 연락망을 가진다든지 해서 서로 감정이 쌓이기 전에 미리 풀면 된다”고 나름의 비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범죄도시3’에서 초롱이로 이름을 알린 고규필과의 호흡도 밝혔다. 경수진은 “규필 오빠는 보기만 해도 너무 웃기다. 극 중에서 저를 보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하면서 나오는데 그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소름 돋았다”며 “숨겨진 내공이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정극 연기도 멋있게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백수아파트’에 대한 매력 어필도 잊지 않았다.

“지금 유쾌한 영화가 별로 없죠. 스피디해서 한치의 지루함이 없어요. 캐릭터 앙상블도 좋고, 마지막에 시너지가 폭발하는 게 저희 영화의 매력이에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