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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미키 17’이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국내 박스오피스를 강타했다. 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55분 기준 ‘미키 17’의 누적 관객 수는 111만 7586명을 기록,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미키 17’은 지난해 외화 최고 흥행작인 ‘인사이드 아웃 2’와 800만 관객을 동원한 ‘탑건: 매버릭’, 그리고 2023년 여름 극장가를 장악했던 ‘밀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삼일절 연휴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은 ‘미키 17’의 저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키 17’의 흥행 배경에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는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맞이하면서 벌어지는 예측 불허의 이야기를 그린다. 복제와 정체성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스릴 넘치는 SF로 풀어낸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전매특허인 사회적 메시지와 유머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실제로 관객들은 “역시 디렉터 봉! 그리고 패틴슨의 미친 연기!”,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명작”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인공 미키 역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의 폭발적인 연기력 역시 흥행을 견인한 핵심 요인 중 하나다. ‘더 배트맨’으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복제인간의 정체성 혼란과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까지, 막강한 캐스팅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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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의 개봉 시점 또한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일절 연휴를 노린 개봉 전략은 적중했고,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소장각!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17, 18, 19+번 봐야 할 영화”라는 관객의 말처럼, 재관람을 부르는 영화라는 점이 흥행의 또 다른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미키 17’의 흥행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일부 관객들은 137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과 복잡한 서사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 “한 번으로는 내용을 다 파악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보였다. 특히, 복제와 정체성이라는 심오한 주제가 일부 관객들에게는 난해하게 다가왔다는 평도 있다.
현재와 같은 흥행 속도라면 500만 관객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오는 3월 개봉을 앞둔 블록버스터들과의 경쟁이 변수다. 특히, 마블의 신작과 할리우드 대작들이 줄줄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은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라며 “관객들이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돌아보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인간의 정체성과 복제를 다룬 ‘미키 17’이 흥행 질주를 이어가며 또 한 번 봉준호 매직을 입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enny@sportsseoul.com